연구실 근황
1. 여기 가끔 쓴 대로 우리 연구실을 거쳐간 을지대 오창석, 경희대 홍종하 교수가 발굴현장에서 확인되는 사람 및 동물 유해에 대한 조사는 신규 사례의 경우 이 두 곳에서 전담하고 필자의 서울대 연구실은 더 이상 신규 조사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2. 필자도 이제 정년을 의식하고 작업해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기간동안 필자는 지금까지 우리 연구실에 위탁 관리 되었던 자료의 정리에 올인 할 생각이다.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후속세대가 이 자료를 이용하려 할 때 큰 차질을 빚게 되리라 보고 디테일한 자료와 근거를 모두 남겨둘 생각이다. 사실 이 작업만으로도 남은 기간은 짧다.
3. 기존에 수행하던 고병리, 생물인류학 연구는 실험실 작업의 경우, 필자의 정년과 함께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정년 이후에는 이 분야 연구는 자연스럽게 종식되고 두 분 교수에게 그 작업들은 완전히 넘어 갈 것이다.
4. 정년후라고 해서 필자는 할 줄 아는 유일한 일이 연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논문 쓰는 일을 중단할 생각은 없고, 현재 실험실을 끼지 않고 하는 (dry lab)연구로 방향을 크게 선회 중이다.
아마 고병리학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헌-역사학과 역학 (epidemiology), 의학사 등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고병리와 미라 등 연구에서도 해야 할 작업이 조금 남아 있을 것이라 보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외의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조망하는 작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동아시아의 미라에 대해서는 절대 자료가 모자라므로 발로 뛰면서 취재해 영어로 출판할 생각이다.
5. 정년을 하고 나면, 필자는 어떤 일이건 의사로서 살아가는 길을 택할 생각이다. 물론 환자를 보게 되는 일을 할지 다른 보건 관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의사로서의 본업과 연구와 논문 작성이라는 부업을 조화하며 살아 갈 생각이다.
앞에서 썼지만 연구를 그만둘 생각은 없고 (그것말고 여가선용으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병행할 생각이다.
6. 을지대 오 교수와 경희대 홍 교수가 처음 독립해서 연구실 차릴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발굴 현장에서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 참여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쌓아가고 있다고 본다.
내가 인생에서 택한 선택 중 가장 잘 한 것 중의 하나가 이 두 사람에게 너무 늦지 않게 일을 분담하여 자기들의 길을 걷게 한 일 같다.
만약 이 타이밍이 늦었다면 우리 연구실이 지금까지 해 오던 작업은 공중 분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고 두 사람에게 계속 이어질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7.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계간고고학" 별책 특집호가 나오는데 일본측 교수 한 분과 함께 현재 그 책의 집필-편집 작업 중이다. 특집호 주제는 "도시화와 인류학"이다. 기대해도 좋다.
8. 현재 투고되어 있는 논문은 4편, 수정 후 재투고 중이거나 출판 대기 중인 논문은 6편이다. 단행본 2권이 현재 일본과 영국에서 출판 대기 중이다. 올해 안에는 두 권 모두 출판될 것이라 본다.
9. "조선시대 검안 서류에 대한 인류학적 검토"로 서울대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제 봄이다. 올 봄에는 학회 발표를 좀 다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