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古의 일필휘지

열다섯살 고종의 글씨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0. 1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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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고종 3) 가을 어느날 ,

15세 먹은 소년 임금은 친히 붓을 들어 '실사구시實事求是' 넉 자를 썼다.

그리고 이를 홍문관에 내렸다.

이 글씨는 이후 동원 이홍근(1900~1980)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된다.

이때 이미 주연珠淵이란 호를 쓴 모양이다.

그런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필재筆才가 별로 없어 보이는 글씨다.  

나름 단정하게 힘을 주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글자와 글자 사이 균형이 맞지 않고 구할 구求는 차조 출朮인 줄 알 뻔했다.

생生 아버지 흥선대원군(1820~1898)의 글씨처럼 추사체 느낌이 강렬한 것도 아니고, 어설프다?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기야 이때 이미 명필이었어도 이상한 일이었겠지만.

병인양요가 일어나는 것이 1866년 10월이다.

아마도 그 직전인 9월, '실사구시' 넉 자를 쓰면서 소년 임금 고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울어가는 국운을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신하들에게 '실사구시'를 주문한 것일까,

아니면 '실사구시'의 뜻으로 자기를 경연에서 잘 이끌어주기를 부탁한 것일까.

남은 건 글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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