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오록스 이야기 (3) 사육과 야생 그 야릇한 길항

초야잠필 2024. 11. 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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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송곳니로 만든 고대 그리스 헬멧이다. 오디세이이아를 봐도 그리스 군이 이 헬멧을 쓰고 나온다.

 

인류사에서 가축화가 진행된 동물의 운명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원래 야생에서 살던 녀석 중 일부가 사육화 된 후에도

여전히 야생에는 그 사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돼지를 보자 

집돼지와 멧돼지는 지금도 종이 분리되지 않고 동일 종으로 서로 같다. 

멧돼지가 사육화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메소포타미아, 다른 하나는 중국 땅 어딘가에서 사육이 별도로 진행되어 

대략 중국의 경우 용산문화기가 되면 완전히 돼지사육이 정착화 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처럼 돼지가 사육화한 후에도 여전히 야생에는 멧돼지가 남아 있어 

이따끔씩 그 멧돼지의 유전형질이 집돼지로 흘러들어오곤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집돼지가 있지만 산에는 여전히 멧돼지도 있다. 

이 멧돼지가 집돼지와 교배하여 새끼를 낳는 경우가 아주 드물지만 나오게 된다.  

원래 돼지가 사육된 지역 이외에서 돼지의 DNA를 조사해 보면

아주 작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메소포타미아나 중국 기원의 돼지가 아닌 경우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내세워 해당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돼지 사육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런 것이 아니라

이 경우에는 현지의 멧돼지의 DNA가 집돼지로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집돼지



그 지역의 집돼지는 메소포타미아나 중국 기원의 돼지인데 

멧돼지의 DNA가 아주 드물지만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야생종 돼지가 존재하는 한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한번 사육화하고 나면 원래 야생에 있던 무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말인데, 

말이 사육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딱 한 곳, 남시베리아 일대인데 

여기서 말이 사육화 후 원래 있던 야생말은 모두 멸종해 버렸다. 

지금 전 세계에서 키우는 말은 모두 사육종이며 

가끔 야생말이라고 보도되는 무리들은 모두 한번 사육되었다가 도주하여 재야생화한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북미 대륙에는 들판을 떠도는 야생말을 머스탱=Mustang이라 부르는데

이 말들은 신대륙 발견 후 유럽에서 들고 들어온 말들이 도주하여 야생화한 것이다. 

이렇게 한번 사육화 후 야생에서 존재하는 무리들이 사라지면 

야생에서 흘러 들어오는 DNA의 흐름도 끊어지게 되고 사육된 무리들 안에서의 교배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라면 어떨까? 

소는 말과 마찬가지로 한 번 사육된 이후 야생종이었던 무리가 완전히 멸종해 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말의 야생종이 있었던 것처럼 소도 야생종이 있었고 이 말의 야생종과 소의 야생종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그 사라져 버린 소의 야생종이 바로 원우, 즉 오록스인 것이다. 


*** previous article *** 

 

오록스 이야기 (2) 소라고 다 소라 부를 수는 없다

 

 

북미대륙 평원에 사는 머스탱은 야생말로 자유로운 영혼 처럼 인식되어 자동차 이름에도 쓰이고 있지만 사실 이 녀석들은 야생말이 아니라 원래는 사육종이 도주하여 야생에서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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