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오희문 일가는 맛도 못본 호박
신동훈 識
2025. 8. 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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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미록이라는 이 조선 생활사의 일대 보고를 보노라면
저자인 오희문이라는 분은 그 집안 누구보다도 엄청난 문화적 기여를 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 방대한 기록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남겼는지,
내가 쓴 논문 백편보다 오희문선생 쇄미록 한 페이지가 더 값지다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오희문 선생의 쇄미록을 보면 채소에 대해 흥미로운 부분이 좀 보인다.
우선 일기에는
수박, 오이, 참외, 조롱박은 나오지만,
호박, 고추, 감자, 고구마 등등은 안 나온다.
의외로 배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김치 담는데 쓰는 통배추는 구한말에 들어온지라 그건 그렇다고 쳐도
아예 배추 자체가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기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배추는 명나라 때는 이미 들어왔다고 하는데
오희문 일가의 일기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수박과 오이, 참외는 매우 자주 나온다.
오이는 많이 재배했던 모양으로 한번에 몇십개씩 주고받은 기록이 있다.
고추, 감자, 고구마는 그렇다고 쳐도
호박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호박은 신대륙이 원산지라
이 때 아직 우리나라에 호박은 들어오지 않았다.
임진왜란 시기만 해도 밭작물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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