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선장산(禪長山)’의 위치 오류
용인 석성산(471m) 북쪽에 해발 349m의 비교적 낮은 산 정상부에 석성이 남아 있는데, 바로 할미산성(노고성)이다.
석성산성과 할미산성은 직선거리로 2km가 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다.
석성산은 ‘석성산’ 또는 ‘보개산’으로 불렸음을 조선후기 여러 읍지와 고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할미성이 위치한 산의 이름이다.
현재 여러 지도에는 할미산성이 위치한 산의 이름을 ‘선장산(禪長山)’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산의 이름이 선장산으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1920년대 수치지형도에서도 할미산성이 있는 고개의 이름을 ‘백현(栢峴)’이라고만 표시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지형도를 보면, 2011년 수치지형도부터 갑자기 할미산성이 있는 산의 이름을 ‘선장산’으로 표시하고 있고, 이때부터 이 산의 이름이 선장산이 되었다.
조선시대 기록에서 확인되는 선장산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新增東國輿地勝覽』(1530) 龍仁條 山川條에 ‘寶盖山 在縣東十三里’, 禪長山 在縣東北十五里’(보개산은 현의 동쪽 13리에 있으며, 선장산은 현의 동북쪽 15리에 있다.)
『大東地志』(1863) 龍仁條 山水條에서는 ‘寶盖山 一云石城山東十三里, 禪長山 東北十五里’(보개산은 석성산이라고도 이르며 동쪽 13리에 있으며, 선장산은 동북쪽 15리에 있다.)
기록으로 보아도 보개산과 선장산이라는 별개의 산이 존재하며 보개산의 북쪽 2리에 선장산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3리가 약 5km, 15리가 약 6km정도 되는데, 용인현의 위치가 현재의 구성지역이므로 이를 방향과 거리에 따라 대략 지도에 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편 『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 선장사에 대해 “禪長寺在禪長山(선장사재선장산)”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선장사는 현재 처인구 포곡읍 신원리 신원저수지의 북서편으로, 남서방향으로 뻗은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1799년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에 “선장사…금폐(禪長寺…今廢)”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8세기경에 폐사(廢寺)된 것으로 짐작된다.
절터는 남향을 하고 있으며, 완만한 능선상에 3단으로 축대를 쌓아 터를 조성하였다.
명지대학교 박물관의 조사에서 석조불상편 1점과 명문와가 채집되었다. 석조불상은 파편상으로 목의 삼도(三道)와 우견편단(右肩偏袒)한 법의(法衣)만 확인되고, “연선장사조와동량정심(年禪場寺造瓦棟梁正心)”이라 새겨진 명문와를 통해 선장사(禪場寺)로도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신원리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평촌(坪村)양지촌(陽地村)·선장(仙庄)을 합친 지명으로, 이곳에 ‘선장(仙庄)’이란 마을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포곡읍 신원리에 있는 산이 ‘선장산’임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수치지형도에 할미산성이 있는 ‘백현(작고개, 잣고개)’을 ‘선장산’으로 표기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