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얻어터진 유포遊布, 미래를 호시虎視하다
조선후기에는 이른바 저 유포遊布라는 존재가 있다.
쉽게 말해서 한유자閑遊者, 곧 한가롭게 놀고 먹는자에게 군역軍役을 부과해서 포를 걷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양반의 최하말단으로
호적에는 유학을 업무로 삼는다 해서 업유業儒, 무관을 업으로 삼는다 해서 업무業武, 그리고 균역법均役法 시행 시기에는 이른바 선무군관選武軍官, 수포군관收布軍官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사람들이다.
호적에는 드물지만 사료에 교생[校生 아닌가?]이라 하는 사람들도 여기 들어간다.
이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호적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아주 반복무상하다.
어떤 때는 유학을 칭하다가 업유나 업무를 칭하다가
균역법이 시행된 직후에는 선무군관이 되기도 한다.
균역법 이전에는 교생이나 업유, 업무라 하여 양반의 말단으로 군역을 원래 빠졌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과거를 붙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벼슬을 음서로 받을 정도의 역량도 안되어
정부에서 보면 "놀고 먹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조선왕조는 양반에 대한 군역면제를 이들은 관직을 받거나
과거 시험준비를 하거나 하여 관료 예비군이므로 군역에서 빼준다는 입장이므로
군역에서 빼줘도 과거에 붙어 관직에 나갈 가망없는 이 사람들은 "놀고 먹는 계층"으로 볼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호적을 유심히 보면
이 계층은 놀고 먹는 계층이 아니다.
대개는 하급 양반층으로 간신히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집안에는 노비 두셋을 데리고 자기땅을 간신히 부치는 사람들로 보인다.
따라서 자기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고, 군역에 포 2필씩을 바쳐서는 먹고 살기도 힘든 판이라,
어떻게 해서든 군역을 빠지려다 보니
정부에선 과거 볼 생각도 없는 자가 놀고 먹으며 군역을 빠지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군포를 놀고 먹는 유遊라는 글자를 붙여 유포遊布라 불렀는데
실제로 균역볍이 시행되자
일반 백성의 군포 2필이 1필로 내려가는 대신,
양반에게 군포를 거둬야 하는데 이들의 반발로 그렇게 못하니
새로이 거둬들이는 군포는 모두 이 계층에 집중되었다.
균역법이 시행된 직후 호적을 보면 "선무군관"이니 "수포군관"이니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사람들이 바로 이전까지는 교생, 업무, 업유, 혹은 어쩌다 보니 유학 등으로 군역에서 빠졌던 사람들로
균역법 치하에서 색출되어 새로이 군포 1필을 내는 대신
직역을 "군관軍官"으로 달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실 자기들이 "놀고 먹는 자"란 뜻의 "유포" 대상자라는 것이 억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자기들이야 말로 자기 손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양반 끄트머리라고 놀고 먹는 자들이라 불리며 군포를 물게 되었고
이들 눈에 정말 놀고 먹는 이들은 상급양반들이었을 텐데
이들이야 말로 정말 손하나 까딱않고
과거 급제 못하더라도 음서라도 벼슬자리 하나 꿰차고 군역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놀고 먹는 다는" 유포 대상자, 혹은 선무군관들은 19세기가 되면 전부 유학으로 "진급"하여
조선왕조의 붕괴를 호시 탐탐 노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