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 제끼고 명 황제와 직거래한 임경업은 유교적으로 타당한가
임경업은 명청교체기에 조선의 범주를 벗어나 복명운동을 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사후에 조선에서도 추앙되기는 했지만
유교적으로도 그의 행동이 도덕적이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겠다.
우선 유교적 질서에서 신하의 신하인 배신陪臣은 자신이 모시는 군주를 넘어 그 군주의 종주권이 있는 자에게까지 충성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유교적 윤리로도 배신의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자신이 모시는 군주만이 있을 뿐이다.
이 군주를 넘어서 군주의 군주에게 직접 충성을 바치고자 하는 행위는 유교적으로 볼 때 자신의 군주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된다.
쉽게 말해서 조선과 명이 사대관계에 있고 조선왕과 명 황제가 군신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조선의 신하, 명 황제의 입장에서 볼때 배신인 임경업은 조선왕을 뛰어 넘어 명 황제에게 직접 충성을 바칠 수 없다.
유교적 윤리가 깊게 침투한 에도막부 말기,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탈번한 소위 메이지 지사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번에서는 배신자로 간주되어 반역자로 지탄되었다.
이 쪽이 보다 유교적으로 타당한 윤리관을 가지고 있었다 할 것이다.
임경업이 자신이 모시던 조선왕을 건너뛰고 명황제에게 직접 충성을 바치는 행위가 타당한가?
오늘날의 관점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당시 유교적 윤리에서도 이런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