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동남아시아 고고학회 참관기 : 태국 방콕 (1)
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연구실의 국제학회 참석은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가 독립 연구실을 차린 지 어언 20년 째인데 그 동안 여러가지 변화가 학계에 있었다.
첫째는 학제 간 연합 기풍이 농후해 진 것을 들 수 있다. 필자가 초창기 연구에 뛰어들 때만 해도 의학 내에서도 각 분과별 연구 교류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의학의 벽을 넘어 자연과학, 심지어는 인문학까지도 학제간 연합의 기운이 농후하게 되었고 주변에서도 이를 적극 권장하는 상황이다.
물론 학제간 연합이라는것은 단순히 여러 분야 연구자가 모여 함께 연구하고 결과물을 공동 작성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학제 간 연합 연구가 성공적이 되려면 서로 다른 분야 연구자가 부단히 대화하고 교류하며 의견을 좁혀가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말처럼 쉽지 않다.
반면 우리는 학제간 연합을 너무 쉽게 보는 측면이 있고,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이 이런 종류의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동남아시아 고고학회에 모인 한국 학자들의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분들, 충남대 주경미 교수님, 한국문화재재단 김용준 박사와.
다음은 연구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점이다. 필자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구 속도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느렸다. 실험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걸렸고 연구 결과를 학계에 발표하고 출판하는 과정도 아주 더뎠다.
연구 결과를 투고하는 과정이 모두 국제우편으로 원고를 주고 받았고 데이터도 일일이 사진 현상, 인화에 레터링 작업까지 혼자 해야 했으니, 그런 까닭에 당연히 시간은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웃소싱이 광범하게 가능하게 되었고, 전자투고 시스템의 발달로 연구자 한 사람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지리적 장벽이 빠르게 무너진 현상을 들 수 있다.
흔히 뛰어난 학자를 수식하는 말 중에 "세계적인 학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요즘 이런 찬사는 별로 의미가 없다. 자기 분야에 누가 있는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단지 one click away. 검색 한 번으로 간단히 볼 수 있고 관심을 두는 연구자의 성과는 발표하자 마자 내 책상에 그 논문이 얹히는 세상이 되었다.
옛날에는 엄두도 못낸 1차 데이터의 공개도 온라인을 뒤져보면 수두룩하게 쏟아진다. 국경의 폐쇄성에 의존해 유지하던 각국 학회는 모두 무너지고 대륙별 학회의 전성기가 열렸다.
학회가 열리는 S31 Kukhumvit Hotel
우리 연구실도 연구실 작업의 공간 지리적 폭을 넓히려다 보니 최근에는 유라시아 대륙 학회 참석이 잦은 편이다.
물론 연구의 최신 경향, 소위 말하는 current trends를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미국과 유럽 학회가 가장 가성비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가 발을 아시아에 두는 한 아시아 학회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 연구실이 최근까지 참여한 학회 중 동남아시아-남아시아 학회는-
인도고고학회 (Indian Archaeological Society)
남아시아 고고학회 (Society of South Asian Archaeology)
인도태평양선사학회 (Indo Pacific Prehistory Association)
그리고 이번 동남아시아고고학회 (SEAMEO SPAFA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utheast Asian Archaeology)가 있다.
이번에 우리 연구실이 참가한 동남아시아 고고학회는 태국에 본부를 둔 Southeast Asian Ministers of Education Organization (SEAMEO) 산하 고고학 및 미술사센터가 주최한다. 아무래도 본부가 태국에 있다 보니 지금까지 3년마다 총 3번의 학회가 모두 태국에서 열렸다.
1회: 2013년 5월: 태국 Chomburi
2회: 2016년 5월: 태국 Bangkok
3회: 2019년 6월: 태국 Bangkok
사실 해양문화재연구소 정용화 선생이 주신 정보로 이 학회와 인연이 닿아 이번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선생은 2016년 학회도 참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혼자 참석했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학자 숫자가 훨씬 늘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태국 방콕. 아침. 이번 학회는 태국 번화가 중심지에서 열려 교통은 좋지만 숙박이 조금 빡센 측면이 있다.
학회는 자유 발표는 없는 것 같고, 주제별 총 23개 세션이 만들어졌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S01 New Directions in Southeast Asian Archaeology (General Session)
S02 Music Archaeology of Southeast Asia
S03 Women digging up the past: on the heels of female archaeologists in Southeast Asia
S04 Current state of archaeobotanical research in Southeast Asia
S05 Life of Urban and Rural Societies in Ancient Southeast Asia
S06 Ethnoarchaeology in Southeast Asia: Recent Developments and Directions (Special Session in Memory of Dr. William Longacre)
S07 Epigraphy in Southeast Asia
S08 The Art of Reverse Glass Paintings in Southeast Asia: A New Perspective
S09 Production of ornaments as evidence for exchange: raw materials and craftspeople
S10 Current Archaeology in Myanmar
S11 Current research on lithic industry in Southeast Asia from Early Pleistocene to Early Holocene: Recent significations, interpretations and perspectives
S12 Colonial Heritage in Southeast Asia: Current Research, Conservation and Management
S13 Buddhist Art of India and Southeast Asia
S14 The Cultural Relationship Study of Mainland Southeast Asia 2019
S15 Interpreting Island Southeast Asia through Philippine Archaeology
S16 Special session on Indonesia archaeology
S17 COUNTRY REPORTS
S18 Go with the flow! Human-environment interactions in Southeast Asian waters
S19 Archaeology in the Gulf of Thailand (Special session on Thai Archaeology
S20 Advancements in Southeast Asian Rock Art
S21 Law and Policy in Heritage Management: Perspectives in Ethics and Repatriation
S23 Reinventing the Past in Maritime Southeast Asia
학회장 환경은 지금까지 가본 동남아시아-남아시아 학회 중 가장 쾌적하다.
이 중 우리 연구실은 김용준 박사와 함께 5번 세션. Life of Urban and Rural Societies in Ancient Southeast Asia을 함께 조직하였다. 응모자가 꽤 있었는데 2차에 걸친 심사 후 간추린 발표 연제는 12개. 영미권 학회에 비해서는 rejection 률이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12개 연제를 90분짜리 세 개 블록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으므로 총 270분의 큰 세션을 꾸리게 된 셈이다.
우리 세션은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