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동남아시아 고고학회 참관기 : 태국 방콕 (2)
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이번에 참석한 학회와 비슷한 성격의 학회로 IPPA (Indo-Pacific Prehistory Association) 라는 것이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2009년부터 세 번에 걸쳐 참석한 바 있다.
2018년 베트남 후에에서 열렸던 IPPA의 스케줄표. 이 학회도 꽤 규모가 커서 총 40여개의 세션이 열렸다. 하나의 세션에 대략 4-5개의 발표가 묶이니 전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학회도 나름 꽤 긴 전통을 자랑하는데, 전신이라 할 존재를 찾아보면 2차대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안다. 실제로 이 학회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The antecedent of IPPA was originally founded in 1929. It was termed the Far Eastern Prehistory Association from 1953 to 1976, after which the name was changed to Indo-Pacific Prehistory Association." 이라 해서 1929년에 처음 설립되었으며 50~70년대에 극동선사학회라는 이름으로 부르다가 그 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되어 있다.
IPPA가 이번에 열린 남아시아 고고학회와 차이점은 IPPA의 경우, 주최자가 동남아시아 고고학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히는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를 중심으로 호주 학자들이 이 학회 중심에 있고 실제로 학회 headquarter도 그곳에 있다고 안다. 3~5년마다 한번씩 열리니 다음 학회는 2021~2023년쯤 동남아시아 어딘가에서 열리게 되는 셈이다.
학회 공식사이트는 여기를 클릭. 원래 ANU 학교 홈페이지에 얹혀 있었는데 최근 번듯하게 독립했다. 1985년 이후 정보는 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2018년 9월 베트남 후에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선사학회. 동남아시아권 고고학 관련 학회로는 이 학회와 이번에 열린 동남아시아고고학회SEAMEO가 사실상 양대 축을 이루는 듯하다.
이 두 학회를 참석해 보면 뭐랄까.
이 분야 연구에 있어 제국주의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이은 연구자와 (대개는 서구권 학자들이다) 전후 신세대 학자가 (구 식민지 국가의 학자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2014년 IPPA에서 발표 내용을 두고 토론 중인 사람들. 동남아시아 관련 현지 국제학회를 가보면 현지 고고학자들 못지 않게 많은 서구 학자들 숫자에 놀란다
이번 학회도 나이가 많은 연장자 학자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big guy가 많았다고 하는데 (나는 이 쪽 전공자가 아닌지라 잘 모르겠다. 충북대 주경미 교수님 전언) 반면에 젊은 연구자들은 대부분 현지 고고학자들이라 앞으로 20년 정도 지나가면 이 지역 연구 경향이 완전히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컨대 세대교체와 국가간 연구 권력의 이동이 함께 진행되는 상황이랄까.
각설하고. 이제는 이번 동남아시아 고고학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학회 점심을 마치고 커피 한잔-. 같이 사진에 찍힌 사람은 김용준 박사와 인도 데칸대 엘로라 트리베디 박사. 두 사람 모두 불교고고학 전공으로 이 학회에는 처음이다.
국제 학회에 참석하는 학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용준 박사나 데칸대 엘로라 트리베디 박사 같은 경우는 불교고고학 전공자로서 동남아시아 고고학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부분일 것 같다. 이번에 세 분이나 함께 학회에 참여하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팀은 주 관심사인 해양고고학의 최신 지견과 국제협력 가능성을 보기 위해 온 것 같다.
학회 일정표. 필자 연구실은 S05 세션을 주최했고 마지막 날에는 Myanmar archaeology 세션을 들었다. 미얀마 관련 발표가 가장 커서 하루 종일 진행되었으며 연구 발표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여담이지만 북미 대륙의 경우 정말 큰 학회의 경우 수천 개 발표가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자리는 초록집 검색도 쉽지 않다. 자기가 보고 싶은 발표를 골라 어느 날 어느 시간에 무슨 발표를 보아야 하는지 계산해 알려주는 앱이 있을 정도다. 궁금한 사람들은 아래 링크된 동영상을 보자.
이번 학회는 그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학회란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세션이 여러 개 열리고 사람 몸뚱이라는 것은 단 하나에 불과하니 필자가 아무리 성심껏 발표를 쫒아 다녀도 이를 속속들이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필자의 경우 인도에서 8년 여에 걸친 작업 경험이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연구실 협동연구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고 하는 것이 옳다. 아무래도 이 학회에서는 이 부분과 관련해 김용준 박사와 함께 독립 세션을 만들고자 했고, 의과학자인 필자의 관심에 맞는 주제를 찾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남은 연재에서는 필자와 관련하여 주목한 세션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