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관련 국제학회&학술지

제3차 동남아시아 고고학회 참관기 : 태국 방콕 (5)

초야잠필 2019. 7.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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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는 어떨까. 

동남아시아사와는 전혀 인연이 닿지 않는 필자 연구실이지만 이전 어느 국제학회 참가차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들렸다가 우리와는 완연히 다른 그 지역 옛 도시 풍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국제학회 참석차 들린 앙코르와트에서 필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고대도시 풍광을 접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옛 도시에 관심을 가진 후 부터는 이런 지역을 방문할 기회를 얻으면 자동차 등 교통수단 대신 도보로 도시지역 전체를 돌아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는 옛 사람들이 도시안에서 이동하는 거리와 들어가는 품을 직접 느껴 보기위해서이다. 아무래도 차나 툭툭 등을 타고 돌아다니면 과거의 이동 행정과는 다른 느낌을 받기 마련일터이므로. 

이 점 앙코르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지역은 알다시피 대개 툭툭 등 간편한 이동수단을 타고 다니는것이 보통인데 학회 비는 날 하루 일정을 온전히 내어 앙코르 지역 전체를 도보로만 걸어다니며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보통 관광객등은 다니지 않는 지역까지 들어가 도시 전체의 크기와 모양새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앙코르 도시 지역 전체를 도보로 이동하였다. 하루 동안 못 다닐 거리는 아니더라는.  

이 도시지역을 다녔을때 필자의 눈에 띈것은 무엇보다 도시 전체에 산재하고 있는 거대한 수리 시설이었다. 이런 대규모 수리 시설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도시지역에 찾아보기 힘들다.  

앙코르 지역의 경우 이미 국내에도 다큐멘터리 등으로 몇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크메르 제국을 식자들은 흔히 "톤레삽 호수가 낳은 기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잘 알다시피 톤레삽 호수는 연중 수위가 급변한다. 건기에는 수량이 얼마 안되다가 우기가 시작되면 강이 역류하며 톤레삽 호수를 가득 채우게 된다고 한다. 이때 앙코르 주변에 만들어 놓은 수리 시설로 물이 넘쳐들어가 홍수를 조정함과 동시에 연중 사용할 수자원을 확보한 모양이다. 

앙코르 지역에 산재한 수리시설. 바라이라고 부르는 이 인공호수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리시설은 농사를 짓기위한 수원지 역할도 했겠지만 그 안에서 수확되는 풍부한 어족 자원은 크메르 제국을 지탱한 단백질 자원이었던 모양이다. 앙코르야 말로 톤레삽 호수에 풍부했던 수자원 위에 건설된 제국이었다고 보기도 한단다. 

앙코르 지역의 풍부한 어족 자원은 크메르 제국을 지탱한 힘이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동남아시아 대도시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수리시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 지역 고고학회의 주제 중에는 "Water Management System"이 항상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번 태국의 동남아시아 고고학회도 마찬가지였다. 학회 중 상당부분은 각 국의 고대 Water Management System을 설명하는 세션이 차지하였다. 

특히 세션 14 (S14: THE CULTURAL RELATIONSHIP STUDY OF MAINLAND SOUTHEAST ASIA 2019)과 세션 10 (S10: CURRENT ARCHAEOLOGY IN MYANMAR)는 동남아시아 각국의 water management 조사 현황을 종합해서 들어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여기서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4개국 학자들이 자국 고대 수리 시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 하였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 THE ANCIENT WATER MANAGEMENT SYSTEMS IN THAILAND AND THE RELATIONSHIP TO MAINLAND SOUTHEAST ASIA (Surat Lertlum 등; Cultural Relationship Study of Mainland Southeast Asia (CRMA) Research Center)

>> ANCIENT WATER MANAGEMENT IN CENTRAL MYANMAR (Thaw Thaw Nyein San 등; University of Yangon)

>> WATER MANAGEMENT IN CAMBODIA: HOW TO MANAGE IT THROUGH THE RITUAL PERFORMING (Sokrithy IM; APSARA Authority)

>> THE ANCIENT WATER MANAGEMENT SYSTEMS IN CENTRAL VIETNAM AS SEEN FROM THE INHERITANCE OF THE RIVER-BASED NORIA NETWORKS OF THE CHAMPA KINGDOM (Tran Ky Phuong; Vietnam Association for Ethnic Minorities's Cultures and Art; and CRMA Center)

>> SPATIAL ANALYSIS OF THE ANCIENT WATER MANAGEMENT SYSTEMS OF SRI KSETRA AND BEIKTHANO (Kyaw Myo Win; Department of Archaeology and National Museum)

>> WATER MANAGEMENT, RITUAL, AND TRADITION IN CLASSICAL BAGAN (11TH TO 14TH CENTURIES CE) (Pyiet Phyo Kyaw; Department of Archaeology, University of Mandalay, Myanmar) 


내용이 좀 길지만 이 들 발표를 조금 간추려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좀체로 접하기 어려운 정보이다.  

먼저 태국에서 보고된 자국의 water management system에 대한 소개이다. 태국 water management system에 대한 개괄적 소개로 각 시대별 수리 관리 시설의 변화 양상을 설명하였다.  

태국에서 현재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 수리 관리 시설 인벤터리의 지리적 좌표 

태국의 Ancient Water Management System에 대한 발표.  앙코르에서 접한 Baray structure가 동남아시아 각국 도시에 광범위하게 발견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발표에서는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태국에서 건설된 water management system을 잘 요약해 보여주었다. 이들은 동남아 일대에서 보고된 water management system을 inventory를 만들어 big data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drone mapping, tophographic analysis 등 기법이 적용되면서 연구의 수준이 한층 정치해지는 모양이다. 


미얀마에서 보고한 water management system. 미얀마는 각 시대 고대 도시 주변에서 water management system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었다.  


미얀마에서 구축한 고대 water mangement system 데이터베이스. 미얀마 내 총 4개 고대도시 주변에서 파악된 고대 수리 시설 현황이 소개됐다. 4개 고대 도시란 Halin, Bagan, InnWa, Mandalay. 


바간의 water management system 


베트남에서는 남베트남 지역에 존재한 참파왕국 수리 시설에 대한 보고를 했다. 여기도 상당한 숫자의 water management system이 알려졌던 모양이다. 

동남아시아 고대도시는 이처럼 대규모 수리시설의 건설과 유지를 배경으로 번영했다. 하지만 번영하는 도시생활은 인간에게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법. 이들이 도시를 운영하고 거대 수리시설을 운영할수록 그 이면에는 도시생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질병이 창궐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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