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識 2025. 5. 25. 14:32
반응형

조선이 망한 이유는 

지식인들이 현실참여를 안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도 나도 현실참여를 하는 통에 

지도를 제대로 그리는 이도 없고 

사람 몸을 제대로 탐구한 이도 없었으며

식물을 유심히 관찰한 이도 없고 

동물을 제대로 안 사람도, 

땅이 움직인다는데 왜 그런 것인지도 아는 이 없고, 

너도나도 얄팍한 지식으로 좀 이름 났다 싶으면

하던 것 다 관두고 현실참여를 하러 뛰어갔기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조선은 망한 것이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열심히 현실참여를 하고 있을 때 

우리가 우습게 보던 옆나라에서는 도쿠가와 삼백년 동안

누구는 지도를 그리는데 뿌리를 뽑을 정도로 그렸고, 

누구는 사형수 몸을 해부하는 것에 충격받아 해체신서를 썼으며

누구는 서양의 식물관찰을 보고 과학적 관찰의 첫발을 떼고, 

우리가 수백년간 뛰어넘지 못해 고생하던 성리학적 사유의 틀을
가볍게 불과 몇 세대 만에 건너뛰어 버렸다. 

그 여파가 아직도 21세기 양국에 남아 

한 쪽 나라에서는 선거만 했다 하면 대학이 텅텅 빌 정도로

현실참여하는 이들이 들끓는 반면, 

다른 쪽 나라에서는 한 번 주제를 잡으면 뿌리를 뽑는 학자들이 대학에 즐비하다. 

필자가 항용 한국 대학의 현실은 조선후기 사림에서 말미암은 바 많다 하거니와, 

대학에는 입구에 이제 "현실참여 금지"라는 입간판이라도 하나 걸어야 할 판이 아니겠는가. 

이노 타다타카 "大日本沿海輿地全圖" 1821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