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古의 일필휘지

조선 양반님네들의 아주 좋지 아니한 버릇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8. 2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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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장에 찍힌 전 주인의 장서인을 그냥 두지 않는다. 도려내고 문지르고...

그것까지면 모르겠는데 그 자리에 자기 도장을 찍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덧찍은 인영印影도 사라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책이 거쳐온 역사는 깡그리 잊혀지고 마니, 이 어찌 매우 나쁜 버릇이라 하지 않을손가!

사진은 안평대군이 원글자를 쓴 경오자를 본뜬 훈련도감 목활자본을 목판에 뒤집어붙여 새긴 복각판을 17-18세기쯤 인쇄한(복잡하지만, 금속활자>목활자본>목판본) 《주문공교창려선생집》의 일부.

솜씨가 좀 거칠지만 그래도 안평대군 글씨의 흔적이 간간이 보인다.

 

*** editor's note *** 

 

장서인을 없애거나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경우의 수는 많다. 가장 대표가 도둑질이다. 이때 도둑한 사람이 그 흔적을 지우고자 장서인을 떼어버린다. 

다음 빌려오고서 반납을 아니한 경우. 조선 시대 책은 금값이라, 보통은 빌려서 베끼고 돌려주었다. 다만 돌려주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버팅기다가 빌린 사람도 빌려준 사람도 죽어버리면 대책이 없다. 

이때 저런 일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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