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이야기

족보 이야기: 선대계보의 확립 (1)

신동훈 識 2025. 12. 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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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족보에서 선대 계보는 자연스럽지 않다. 

족보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내려가는 단계에 이르면

아버지에서 아들, 그 손자로 내려가는 세계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내려가는데 반해 

선계로 올라가면 매우 부자연 스러운 모습들이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집안은 여러 개 단계 계보가 나란히 병렬적으로 한 사람의 조상에서 갈려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어떤 집안은 아예 세계를 잃어버려 중시조부터 따져 가는 집안도 있고, 

어떤 집안은 세계가 있긴 있지만 한 줄기로 이어진 단계계보 하나만 붙잡고 내려오다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자손이 확 번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시조에서 번창하는 모습도 어색하다. 

이렇게 많은 형제와 사촌이 일시에 갑자기 팽창하고 번영한다는 말인가? 

이 부자연스러운 선계 계보는 족보의 확립기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선계 계보는 부자엽스럽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일소에 부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프로 진실만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족보라는 것이 우리는 아주 상고 시절부터 만들어져 내려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체계화한 족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안동권씨 성화보, 문화유씨 가정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선 전기에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며

제대로 된 족보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임란 이후나 되어서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동보 체계는 대체로 

19세기 말이나 되어야 각 집안 별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족보의 대량 인쇄로 

지금 같은 모습의 족보가 집집마다 대챡 갖추어지게 된 것은 이때쯤이다. 

족보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짧은 만큼 

족보의 계보, 

특히 선대계보의 경우에는 무수한 망각과 상실이 처음부터 끼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닛타씨 계보. 단선계보로 이어지는 계보가 오른쪽에 있다. 이런 계보가 시간이 지나면 모든 방계 정보가 사라지고 오로지 시조에서 현세까지 이어지는 단선계보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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