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무언가 한다는 도박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겠다거나
죽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건 참 듣기에 따라 폼 나게 보인다.
대개 이런 이야기 하는 이들은 나이 60될 때까지 열심히 살아
뭔가 하나씩 이루어 놓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은 이런 소리도 못한다.
눈치 없이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대개는 유야 무야 되지만,
60 될 때까지 뭔가를 이루어 놓은 이들은 그때까지 자신의 업적에 의기양양
나는 죽을 때까지 이 연구를 하겠노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오늘 축구가 있었다. 알다시피 이 축구팀 감독은 선수시절 대단한 업적을 쌓은 이고,
올림픽 감독으로 메달까지 딴 사람이다.
나름 선수로서, 감독으로서도 업적을 쌓아간 사람이라 할 것이다.
세월이 유수 같아 2002년 이후 20년이 넘게 흘렀는데,
사실 그 시절 축구하던 많은 이가 지금 축구선수라기 보다는 연예인이다.
이 사람은 어쨌건 현장을 계속 지킨 사람이고 지도자로 계속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연예인으로 전업해 버린 전직 축구 스타나,
정말 맞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해설을 하는 축구 전문가들 보다는 훨씬 현장에 가까운 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계속 축구를 현장에서 하는 것을 택했고,
누가 봐도 세월에 뒤쳐진 축구를 하며 질 수 없는 경기에서 치욕적 패배를 당하며 스스로의 경력에 먹칠을 해버렸다.
아마 이 사람도 2002년 축구선수를 끝내고, 적당히 번 돈 써가며 가끔 월드컵 해설에나 나와서 중계방송이나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욕도 덜 먹고 팬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지냈을 것이다.
평생에 업적을 뭔가 하나 쌓은 사람들에게,
현역에 계속 남아 있는다는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내가 지금까지 뭔가 성과를 내고 업적을 내고 살았던 뭐던
현장에 남아 뭔가 하겠다면 결국 뭔가 판돈을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이제까지 뭔가 업적을 냈고,
지금부터는 남은 여생 시간 날 때마다 연구를 하며 행복하게 보내겠다는 심사겠지만,
문제는 연구가 됐건 축구가 됐건 죽을 때까지 뭔가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만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도 다 날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예컨대, 내가 아무리 대단한 성과를 냈더라도,
죽을 때까지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판돈을 새로 또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말하기에 앞서 항상 신중해야 할 일이겠다.
P.S.) 오늘 축구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었는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는 나와서 울며 이야기하는 평론가들도 보이던데,
결국 오늘 축구 망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평생 모아 놓은 업적을 날려버린 감독 자신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을 면제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렇게 평생 자신의 업적을 말년에 다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노라니,
인생은 완전히 그 일 끝내고 문자 그대로 은퇴하여 은거하기 전까지는
업적이라는 것, 섣불리 재단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