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딱 진사까지만 하라는 양반 집안

신동훈 識 2025. 11. 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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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들 이야기 중에 

우리 집안은 딱 진사까지만 

그러니까 소과만 하고 대과는 하지 마라 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본다. 

그리고 예외없이 이런 이야기 뒤에는 

명예욕을 초월하고 은둔하며 학문 수양에 힘쓰는 사대부라는 코스프레를 본다. 

그게 아니고, 

진사만 해도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그렇다. 

우리나라 향촌사회 호적을 보면

진사 아니라 무과만 해도 위아래 몇 대가 먹고 산다. 

문과 방목 아니라 저건 과거도 아니라며 천대받은 무과방목에만 들어가도 그렇다. 

그러니 소과라 해도 진사 입격하면 
당연히 양반이다.

대과 급제자라도 상대가 대대로 진사라면 쉽게 못본다.

몇 대 진사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향촌 사회의 힘이 호적에 보면 그렇게 무섭다. 

이런 집은 대개 18세기까지는 노비를 백 명 이상 거느리고 있고

19세기 중반까지도 노비를 무더기로 데리고 있는 집안도 있다. 

이런 집은 대대로 유학을 세습하며 

굳이 출사 안하고 대과 급제 않더라도 충분히 먹고 살고 집안권세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 

향촌에 은거했다는 게 다 이렇다. 

집에 먹고 살 것이 있고 토지에 노비에 가지고 있는 게 워낙 많아서 
자격시험에 불과한 진사만 붙어도 충분한 것이다. 

오히려 대과 붙으면 더 귀찮은 일도 생길 수 있으니 

차라리 소과 입격하고 집안 토지 노비 유지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낫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당파 싸움에서 밀려나도 

수백년을 향촌사회에서 사대부로 버티는 저력도 바로 

대대로 물려주는 토지에 노비다. 

우리나라 사대부들 양반들이 워낙 글로 사람들을 희롱하여 

은거하는 처사 이미지를 심어놔서 그런데

남아 있는 호적 보면 그런 처사나 가난한 문사? 

그런 거 없다. 

대대로 양반 누리고 사는 이들은 예외 없이 토지 부자, 노비 농장주였다는 말이다. 

이걸 무시하고는 양반사회의 양반 정신, 

사대부의 처신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것이겠고, 

문집 기사를 보고 양반 사회를 다 이해했다? 

조선시대 문집 백 권보다 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조선시대 호적 한 권이다. 


*** [편집자주] ***

근세인으로 저 진사로 지역 사회 떵떵이며 산 집안 대표가 황해도 땅 안중근 집안이다.

그 유명한 하얼빈 탕탕탕 사건 주인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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