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부신중 자리가 비어있는 석탑[예산군 대술면사무소 內 석탑]
지난 해 10월 예산군 문화재팀장님이신 이강열 선생님 요청으로 예산군 대술면사무소에 있는 석탑을 한 번 보고 왔다.
자문 요청 이유는 대술면사무소 인근에 있는 장복리 삼층석탑의 부재가 아닌지 한 번 봐달라는 것이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대술면사무소 주차장 화단 한 켠에 석탑 부재가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탑신석, 상대갑석, 옥개석 등이 확인되었고 그 옆에 별도 부재가 따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장복리 삼층석탑과는 부재가 전혀 다른 석탑이어서 다른 개체였음을 확인하여 차이점 등을 설명드렸다.
면장님께 내력을 물어보니, 원래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하고, 마을 주민들 전언에 의하면,
도난당한 탑을 찾아온 것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형태와 양식으로 보아 고려시대 석탑재로 확인되었다.
몇 달이 지난 어제, 석탑 부재를 면사무소 앞쪽으로 옮겨 전시하고, 다시 한번 부재를 확인하고자 예산군에 다녀왔다.
비가 많이 내려서 걱정했지만, 작업시간 동안은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져서 다행이었다.
전체 부재는 6점으로,
기단 면석 1점, 옥개석 2점, 상대갑석 1점, 탑신석 1점, 불좌상을 새긴 부재 1점이었다.
기단 면석은 이전에 제일 윗층에 엎어진 채로 있었는데,
지난 가을에 표면을 만져봤을 때, 부조상이 조각된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 옮기면서 면석을 확인한 결과, 가운데 탱주(기둥)를 1주 새긴 형태로, 원래는 4매 부재로 조립한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탱주로 분할된 한쪽에는 팔부신중으로 추정되는 부조상이 오른 손에는 창을 쥐고 서 있었는데, 그 옆면에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탱주로 2분할 된 기단 면석은 총 8면 공간이 생기므로 대부분 팔부신중을 새기는데,
이 석탑은 의도적으로 한쪽 면을 비워두었다.
내 기억 속에서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조각상을 비워둔 사례를 보지 못한 것 같아, 매우 특이한 사례로 보인다.
그리고 탑신석 위에서 원형 사리공이 확인되었는데, 이미 옮겨진 것이므로 내부는 비워져 있었으나,
내부를 한 단 들여서 2단 형태로 만들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석탑과 다른 개체로 보이는 부재 1점은 좌우가 파손되어 정확한 크기와 용도를 알 수 없으나,
측면에 불좌상이 연속으로 새겨져 있는 형태로 보아 배례석 용도가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면사무소 입구로 자리를 옮긴 덕분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기단부 조각도 확인하였고, 탑신석 사리공도 확인할 수 있어서
면장님 이하 직원들이 모두 신기해하고 좋아하셨다.
추후에 문화재 안내판도 설치할 예정이라, 안내판 문구는 내가 작성해 드리기로 했다.
석탑의 원래 위치와 옮긴 경위 등 내력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예산군의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특이한 사례로서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