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

신동훈 識 2025. 8. 17. 06:58
반응형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라는 구절에서 취한 말이다. 

공자와 맹자 등 유가는 학문의 진보를 물에 비유했는데, 

세상일의 흐름이란 물이 흘러가다가 고이다가 다시 넘쳐 흘러가듯이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 영과이후진이다. 

여기서 과란 웅덩이를 말한다.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채워 머물러 있는 듯 하다가 

다시 흘러 넘쳐 내려가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이며

웅덩이를 채우다가 다시 흘러 내려 넘쳐가는 것이야말로 학문의 발전과정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유가는 항상 흐르는 물을 보고 배운다. 

그 정경을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고사관수도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잘난 대가라고 하더라도, 

물을 채우는 구덩이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물은 고였다가 흘러 넘치면 다시 전진하는 것이다. 

결국 구덩이처럼 물을 고이게 하더라도 

흘러가는 물에서 볼 때는 그 흐름을 막지 않는 것처럼

학계의 대가라면 무릇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흘러가야 하는데 못 흘러가겠다고, 

죽어도 그렇게는 못한다고

심지어는 물을 뒤로 돌리려는 것을 

우리는 역류逆流라고 부른다. 

학문의 세계에서 역류는 역사의 반동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라도 사라져야 하는 시기는

스스로 재단해서 물을 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남긴 학자라 하더라도 

물결을 역류시킬 만큼 대단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젊은 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가진 연륜에 대해 마땅한 경의를 표해야 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도 스스로 나이가 가진 무게

그리고 물이 흘러가도록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공자와 맹자가 하고자 하신 말씀은 그런 것임에 틀림없다. 

고사관수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