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에 아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

젊을 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예측 못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절감 못하는 것도 있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도 있다.
필자가 젊었을 때 생각하는 노년의 변화로 전혀 예측 못한 것의 하나가 바로
학회에서 아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작년에 필자가 페루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러 갔을 때,
필자를 보자마자 멀리서 영감님 한 분이 반갑게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원래 알던 양반이라 새삼스러운 것은 없는데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좀 어리둥절했는데,
이 양반 왈, 학회를 와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내가 와서 너무 반갑다는 것이다.
필자가 그래도 젊은 애들이 많이 와서 학회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했더니,
'그렇지 좋은 일이지.. 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이 복잡다단했다.
며칠 전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 프로그램을 받았는데,
필자가 아는 사람이 그 학회 회장, 개회식하는 사람, 폐회사 하는 사람,
딱 세 명만 알겠고, 나머지 발표하는 이들은 전부 초면이었다.
필자가 이제 나이가 60을 갓 넘어섰는데
해외학회에서 보이는 이런 변화를 보면 정말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학회에서 내가 아는 이들이 점점 사라져 안 보이게 되고,
젊은 이들로 가득차게 되는 상황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인데,
나이 60 넘어서자마자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니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 때 그 친구들은 다 어디를 갔을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고 나간다더니,
이건 한문 자락을 읖조려서는 절감할 수 없다.
학회를 나갔을 때 내가 아는 사람이 깡그리 사라져 버리고 보이지 않는 그 순간이 되면,
정말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