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총균쇠에서 배우지 못한 것
총균쇠의 주제는 한 마디로 이거다.
잘난 놈 못난 놈 떠들어봐야 지리적 환경적 조건이 최고로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사실 지리적 환경적 조건에서 결판난다.
잘난 놈이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교양서적으로 총균쇠 만큼 많이 권장되는 책이 없는 걸로 안다.
대학도서관에 가 봐도 총균쇠는 항상 대출 중이다.
여러 권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데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총균쇠를 이렇게들 많이 읽는데 한국의 지정학적 측면에 대한 숙고는 왜 많지 않을까.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강국 사이에 끼어서 어쩌고 하는 그런 면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왜 20세기 이전에는 못살았는가,
왜 20세기 후반 갑자기 잘 살게 되었는가.
이것이 20세기 후반, 한국인이 갑자기 각성해서 이렇게 되었을 것 같은가?
무언가 한국을 둘러싼 주변 조건이 바뀐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서?
우리 조상들도 열심히 살았다.
아니
북한도 열심히 나름대로 산다.
그 결과가 저렇게 살고 있는것이 문제겠지만.
총균쇠의 주장대로면 한국사는 20세기 이전과 이후,
뭔가 한국사를 규정하던 조건이 변화한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새 한국사 수천년을 옥죄던 굴레가 벗겨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총균쇠를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국사에서 이를 대입하여 그 변화의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20세기 이전 우리 조상들이 못 살던 이유?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우리가 잘 살게 된 이유?
한국인이 위대해져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이아몬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를 둘러싼 뭔가가 변화한 것이다.
그것을 추적해야 할 의무가 역사가들에게는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