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도성장의 시작은 영조대 이후

우리나라는 어째서 지질이도 못 사는 나라가 21세기 초엽 갑자기 선진국이 되어 버렸을까.
이 놀라운 사실을 설명하다 보니 그 기점을 1960년으로 잡는 사람,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 잡는 사람,
그리고 심지어는 일제시대부터로 잡는 사람들까지 있는 판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렇다.
한국 고도성장의 시작은 조선후기 영조 이후이다.
영조가 다스린 반세기가 지나가면 조선이라는 사회가 경천동지라 할 정도로 바뀐다.
호적을 보면 이 변화가 생생하게 나타난다.
18세기 초까지도 마을마다 즐비하던 노비사역하는 호구가 일제히 해체되기 시작하며
영조의 통치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노비 수백 명을 거느린 양반 호구 대신
소위 말하는 소농 가구가 엄청나게 늘어나며,
동네마다 유학호를 참칭하는 모칭양반들이 급증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19세기에 무려 70프로에 달한다는 모칭 양반이 동네마다 가득해진 것은
누가 뭐래도 영조 통치기 5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놀라운 일 아닌가?
전통사회에서 불과 50년 사이에 향촌사회의 지배질서가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19세기 들어 정치적 동란이 잦고 민란이 빈발하는 것을 단순히 삼정문란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보는데,
어찌 생각하면 영조시대 50년간의 변화가 19세기 정치적 동란을 야기할 싹을 불렀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양반들 농장에서 사역해야 했던 전 인구 절반의 노비들이
소농으로 독립하여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영조이후의 격변을 19세기에도 계속 이어져
하재일기 등 구한말 일기를 보면 일제시대 초기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화폐생활이
생활 전반에 녹아 있는 것을 본다.
한국의 고도성장의 기점?
조선시대 영조 이후이다.
한국 신분해방의 기점?
당연히 조선시대 영조 이후다.
영조대왕은 세종대왕처럼 대왕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