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1439~1504)이 증언하는 괴뢰희傀儡戲
괴뢰잡희를 구경하다〔觀傀儡雜戲〕
성현成俔(1439~1504), 《허백당집虛白堂集》 <허백당시집虛白堂集詩集> 제13권 시詩
번쩍이는 금빛 띠에 현란한 붉은 의상 / 煌煌金帶耀朱衣
휙휙 날듯 몸 구르고 물구나무 서는구나 / 跟絓投身倏似飛
줄타기며 공놀리기 희한한 재주 많고 / 走索弄丸多巧術
나무 깎고 줄을 꿰어 신기를 자랑하네 / 穿絲刻木逞神機
송나라 곽독이 어찌 독보였겠는가 / 宋家郭禿奚專美
한 고조의 평성 포위 풀게 할 수 있었으니 / 漢祖平城可解圍
중국 조정 공경하여 성대한 예 진설해도 / 爲敬朝廷陳縟禮
안목 높은 사신들이 틀림없이 비웃으리 / 皇華眼大定嘲譏
[주-D001] 괴뢰잡희傀儡雜戲를 구경하다 : 괴뢰잡희는 꼭두각시놀음이다. 중국 사신들을 접대하는 연회에 꼭두각시놀음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성현이 이를 미리 구경하고 시를 지은 듯한데,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주-D002] 倏 : 대본에는 ‘條’로 되어 있는데, 오자로 판단되어 고쳐 번역하였다.
[주-D003] 송宋나라의 …… 독보였겠는가 : 송나라 곽독郭禿은 곽랑郭郞이라고도 하는데, 송나라 때 꼭두각시놀음을 일컫던 말이다. 처음에 대머리인 어떤 곽씨가 재담과 연기를 잘했으므로 뒷사람들이 그와 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서 ‘곽독’이라고 불렀다 한다. 송나라 양대년楊大年이 〈꼭두각시놀음〔傀儡〕〉이라는 시를 지어 당시의 유희遊戲를 풍자하였기 때문에 여기에서 송나라를 들어 말한 듯하다.(《山堂肆考 卷169》) 이 구절은, 꼭두각시놀음이 송나라 고유한 유희가 아니라, 아래 구절에서도 보이듯이 그 이전부터 꼭두각시놀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D004] 한 고조漢高祖의 …… 있었으니 : 한나라 때부터 이미 꼭두각시놀음이 있었다는 말이다. 고조가 평성平城에서 흉노에 포위되어 궁지에 빠졌을 때 선우單于 묵특冒頓의 처 알지閼氏가 한 쪽 면을 지키고 있었는데, 알지의 군대가 매우 강성하였다. 진평陳平이 알지의 투기妬忌가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나무로 인형을 만들어 움직일 수 있도록 장치한 다음 진영에서 춤을 추게 하였다. 성 위에서 바라보던 알지는 이 인형을 기녀妓女인 줄 착각하여, 묵특이 기녀를 받아들일 것을 염려해서 군대를 퇴각시켰다. 이를 통해서 한나라 군대는 포위에서 풀려 위기를 벗어났다고 한다.(《악부잡록樂府雜錄 괴뢰자傀儡子》)
ⓒ 한국고전번역원 | 조순희 (역)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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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에 문제가 있다. 비판적인 안목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공연이어야 하는데 그 수준이 모자란다는 뜻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