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과는 또 다른 검안 서류
필자는 60세 이후의 작업으로
조선시대 검안서류에 대한 의학적 분석을 하고 있는 바,
현재 보는 호적에 대한 개략적 검토도
이 분야 전공자도 아닌 필자가 여기서 뭐 대단한 성과를 내고자 함이 아니라,
검안서류에 붙어 있는 관련자의 취조 내용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서이다.
조선시대 검안서류라고 하지만
사실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구한말의 것으로
19세기 최후기 및 대한제국시대에 해당한다.
이 검안서류를 보면 죽은 이에 대한 검안 기록 외에
그 앞에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와 관련 증인의 취조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 부분이 사회사 혹은 미시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이미 훌륭한 연구자가 많이 다루었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따로 쓰지 않겠다.
필자 역시 검안서류에 대한 의학적 검토를 함에 있어
이 내용에 대한 이해를 위해선 조선시대 사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으되,
그를 위해선 남아 있는 조선시대 호적에 대해 한 번 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 있어
조선시대 호적과 그와 관련된 족보를 들고
대조하며 읽어갔는데 의외로 큰 성과가 있었다.
각설하고-.
현재 남아 있는 조선시대 호적의 시계열 자료는
대개 1870년대가 마지막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호적 자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연속된 시계열 자료로는 그 시점이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호적 자료의 최후기보다 약 한 세대 정도의 갭이 발생한 후
검안서류의 사회상이 펼쳐지게 되는데
필자의 느낌으로는 검안서류가 그리는 조선사회가
1870년대 조선사회와는 또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야흐로 구한말을 넘어 식민강점기의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인데,
또 다른 변화가 그 사이 한세대 동안에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