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현장

후쿠사이 후지산 팔이, 파도 보내고 붉은산 맞이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9.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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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 우리 박물관 특별전시실은 추석 맞이 전시 개편이 있을 예정이다. 긴 추석 기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이신 분들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호쿠사이의 '붉은 후지'를 보는 것은 어떨까?

호쿠사이의 대표작 중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파도'와  '붉은 후지'를 꼽는다. 두 점 모두 후지 36경의 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파도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더 좋았다면 붉은 후지는 일본인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어디서나 기념품 가게에서 이 그림의 수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붉은 후지의 원 제목은 '개풍쾌청凱風快晴'이다.
'개풍'이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란 뜻으로 시원한 산들바람이다. '쾌청'이 맑은 날을 뜻하는 것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라 이름 붙였지만 모두들 '붉은 후지'라 부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게 물든 후지산이다.

일본 나라에서 본  '와카쿠사야마야키若草山焼き'와 같이 산에 불을  질렀나? 아님 석양이 질 무렵 노을에 산이 붉게 타오르는 것일까?

작품을 자세히 보시면 답이 있다. 후지산은 초록색에 울창한 나무숲으로 표현되어 있는 아랫 부분과 뜨는 해의 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중간 부분, 그리고 아직 어스름이 남은 정상부로 나뉜다.

후지산은 화면에 가득차도록 널찍하게 그려 넣었는데, 산 정상부를 오른쪽에 치우치게 자리잡아 더 커보이게 하였다. 거기에 더해 붉은 색에 대비되는 프러시안 블루로 찍어낸 파란 하늘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하늘을 채운 구름도 솜털처럼 보슬보슬하게 표현되어 쾌청한 날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판화는 몇 번째에 찍었는가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물감을 바른 직후에는 진하지만 점차 연해지게 되는데 그 차이가 각 작품마다의 매력이 된다.

예를 들어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개풍쾌청'은 색이 진해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대비가 이번 전시품보다 더 크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후지산이 더 남성적이며 강인해 보인다 한다. 우리 작품은 좀더 대비가 적지만 대신 더 부드럽고 더 따싸로운 청량감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는 바로 맨 위의 짙은 프러시안 블루의 띠이다. 구름도 없이 짙게 표현된 하늘은 아래의 후지산과 구름이 화면 앞으로 돌출되게 느껴지게 하는 일종의 장치이다.

쾌청한 날씨임에도 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다. 지금과 같은 가을 날일까? 한 장의 사진처럼 호쿠사이는 후지산의 아침의 순간을 이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품을 내눈에 담고 싶지 않은가? 이 작품은 9월 30일부터 10월 12일까지 2주간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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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사이 후지 팔이 재미본 국립청주박물관 수괴 이양수 관장 알림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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