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역사에 요청한다

19세기 말 역사는 필자도
지금 조선시대 검시 자료에 대한 의학적 분석,
이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공부를 좀 하고 있다.
이 시대 역사 전공자분들께 조금 부탁드리면,
첫째는 19세기 말 출현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개인사-.
특히 이 시기에 출세하는 모든 이가 양반의 후손으로 되어 있는 부분
이걸 그냥 당사자들이 말하는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이 시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같은 경우,
양령대군 후손이라지만 이미 이 분 5대조부터 벼슬이 끊겨 있었다고 하는 바,
이를 몰락양반 후손이라는 말 한 마디로 명쾌히 정리할 수 있겠는가?
우남 이외에 다른 분들의 경우에는 필자는,
이 중 많은 수가 그 2-3대 조 시기에 입신한 집안의 후손일 것이라 의심하는데,
이 시기 일어난 가문의 사람들이 하나 같이 양반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현재까지 기록을 보면
이것을 그대로 전부 액면 그대로 취신할 것인가,
필자는 상당히 의심한다.
이처람 19세기 말 격동의 세기를 산 사람들의 개인사의 배경을
단순히 가정사, 문중사라는 이유로 대충 얼렁뚱땅 덮고 들어가니
구한말과 일제시기 역사가 명확히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필자가 보기엔 구한말 출사한 사람 상당수는
원래 양반가문이 아니었다.
그 중 상당수는 19세기 조선사회의 해체 국면에서
유력 가문으로 신분 상승한 사람들이며
지금 같이 대충 얼렁뚱땅 이 부분을 넘겨버리면
구한말의 격동기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다 못해 구한말 정계 출사자들도 이럴진데
심지어는 재벌가문 사람들도 죄다 자신들 집안은 양반 집안이라 주장하는 사람들 뿐이니,
이를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국근대사는,
자본주의 맹아론에 대한 과다한 취신론에,
문중사에 조금만 저촉되면 이를 기피하는 문제,
그리고 밑도끝도 없는 민중사에 대한 지나친 경도 등으로
역사의 실체를 디테일 있게 보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나라는 모두 유력농민에서 발생한 부르조아가 성장하여 근대사회를 만드는데
한국은 하나 같이 양반 후손들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게 양반 후손이 바글바글한 나라에서 또 자본주의 맹아는 어떻게 자라났다는것인가?
자본주의 맹아가 제대로 자랐다면 양반 후손들은 20세기로 제대로 넘어 올 수가 없다.
전 국민이 양반 후손이라도 좋고
자본주의 맹아론을 주장하고 싶은 것도 좋은데
둘 중 하나만 취신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둘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