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벙벙해도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전유성(1949년 1월 28일~2025년 9월 25일)
한국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한테 우스꽝스레 보이는 콩글리시 대표주자가 개그맨이다.
이 개그맨이 한국사회에서 통용하는 맥락을 보면 코미디언이 진일보한 버전이라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이 득세한 시절이 코미디언 시대라면 그 이후 새로이 등장한 코미디업계 신진사대부가 개그맨이다.
물론 저 말도 성평등시대에는 맞지 아니해서 다시 여성의 경우엔 개그우먼이라 한다.
개그맨이건 개그우먼이건 워커맨이랑 마찬가지로 콩글리시 류를 벗어날 수 없다.
저 말이 일반화하고 코미디언은 퇴물 취급하기에 이른 결정타는 널리 알려졌듯이 개그콘서트 약칭 개콘이다.
그렇다면 코미디언과 개그맨이 갈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
이는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개콘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신진사대부인 까닭에 개그맨이나 개그우먼들은 그 전시대를 창조적으로 계승했다 하겠지만 다 영어권에선 코미디언 하나로 족할 뿐이요 동아시아적 관점에선 익살 해학꾼에 다름 아니다.
이 익살 해학은 새타이어가 생명인데 이 점에서 동방삭과 위징은 갈 길을 달리한다.
한 무제 시대 동방삭은 새타이어가 없는 황제 기분풀이용 광대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는 심신이 피로한 황제 곁에서 음담패설까지 엮어 어케든 황제 기분을 풀어주어야 했다.
이 시대 동방삭과는 결이 다른 해학꾼이 포진했으니 사마상여와 매승이 대표하는 이른바 부賦 작가들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장대한 서사시로 황제한테 아부했으니 그들한테는 부화뇌동이 생존무기였다.
이들한테는 오로지 황제의 덕과 제국의 위업만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절대권력자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었다.
위징은 해학이 없었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고상했고 그러기엔 미관말직을 전전한 동방삭 사마상여와는 결 또한 너무나 달라 재상이었다.
그의 무기는 시종일관 새타이어였다.
하지만 그런 새타이어도 한두 번 들어 그대야말로 충신이오라는 칭찬을 받지 그것이 반복하면 듣는 이가 짜증과 분노를 점철하게 되니 하도 잦은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이세민은 마침내 막 관짝에 덮힌 그의 시신을 능욕하고 신도비는 박살을 내기도 했다.
이를 기준으로 코미디와 개그가 갈라질까?
나는 선배 코미디언들을 구세대로 치부하며 등장한 개그맨 개그우먼 신진사대부의 그것이 새타이어 장착이라 보고 싶은데 실제로 그러했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고민을 유발한다.
내가 볼 때는 그냥 시대 흐름에 따른 자연하는 세대교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이 보이는 까닭이다.
기성을 코미디언이라 치부하며 우리는 그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코미디언임을 선언하고 나선 이가 전유성이다.
그는 개그맨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다.
이 선언 이후 모든 코미디언은 자동 빵으로 개그맨 개구우먼이 되었다.
그 자신 코미디언이었으매 나는 이제부터 개그맨임을 선언한 그 시대 분위기가 좀체 잡히지 않는다.
그러기엔 그 자신이 너무 늙어 있었다.
물론 저 선언을 들고 나올 때야 한참이었다 해도 그는 이미 그때 기성 희극인이었다.
개콘 멸망 이후 개그는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나섰다.
개콘 왕국 붕괴와 더불어 맥을 상실한 코미디업계는 각자도생이라 각자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하다.
개콘이 대표하는 희극계 제2전성기를 연 그 전유성 선생이 그 왕국이 몰락하면서 영면에 들었다.
2025년 9월 25일 향년 76세를 일기로 선생이 사망했다.
별로 웃긴 것 같지도 않은데, 하도 어리벙벙해서 맨날 놀림만 당한 듯한데 그래서 성공한 희유한 코미디언으로 나는 기억하고 싶다.
'개그계 대부' 전유성, 폐기흉 악화로 별세…KBS 일대서 노제(종합)
방송 작가로 데뷔해 코미디언 전향…방송과 공연 오가며 활동
'개그콘서트' 개국 공신으로 꼽혀…'개그맨'이란 단어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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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계 대부' 전유성, 폐기흉 악화로 별세…KBS 일대서 노제(종합)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특유의 입담과 인품 덕에 '개그계 대부'로 불리던 코미디언 전유성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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