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약사불이 된 사이렌

모양새는 딱 도널드 덕Donald Duck이라,
한데 머리를 필두로 하는 상반신은 사람이라
한데 그 사람이 한 손에 약합 같은 것을 쥐었으니 약사불Bhaiṣajyaguru 아닌가 하노매라
따라서 난 저 분을 도널드 바이자야구루 Donald Bhaiṣajyaguru라 일컫기로 한다.
저 분 정체는 뭐냐?
무르기 디 스트롱골리 Murgie di Strongoli 라는 데서 발견된 청동 사이렌 모양 용기 siren-shaped container 라 해서 만든 시점은 기원전 5세기로 보거니와 거금 2천400살은 드신 상노인이시겠다.
무르기 디 스트롱골리는 이탈리아 칼라브리아Calabria라는 곳에 있는 고고학 유적을 일컫는다 하거니와 그 위치를 보면
Strongoli · 88816 Strongoli, 크로톤 이탈리아
88816 Strongoli, 크로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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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 발바닥 가운데 움푹 들어간 데라,
그렇다면 저 시기라고 하면 이탈리아는 무슨 이탈리아?
그런 것 코딱지 만한 흔적도 없을 때이며, 모조리 그리스 식민지인 시절이라
암튼 저 유물은 지금 이탈리아 남부 크로토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Archaeological Museum of Crotone에 전시되어 있거니와 사연이 많아
어쩌다 저짝 대서양 건너 미국 땅으로 가서 그곳 캘리포니아 말리부Malibu에 있는 게티 박물관Getty Museum에 있다가 불법 반출되었다 해서 결국 이탈리아로 반환되어 현재 저곳을 정좌한다.
지금의 시칠리아랑 이태리 반도 남부 일대가 그리스 직접 지배에 놓인 시절 그 문화를 마그나 그라에키아Magna Graecia라 하거니와,
저 조각은 그 시절을 웅변하는 마스코트 같은 지위를 점거한다.
그렇담 저 요상한 물건을 어디다 썼을까?
용기[ vessel 혹은 container]라 했으니 안에다가 무슨 액체를 담그는 데 썼을 것임을 불문해도 가지하거니와
아스코스ascos라 일컫는 저 분은 향유나 연고를 담는 그릇이었다고 한다.
고뤠? 연고를 담아서 약사불인가? 말 되네.
현대 이야기에서 사이렌이라 하면 꼬리는 물고기에 나머지는 인간이지만 저 당시에는 좀 달라서 새 몸통이었다.
혹 저를 사이렌 아닌 다른 존재로 인식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초기 그리스 신화를 보면 사이렌은 강력하고 신비로운 존재였다.
이들은 음악, 죽음, 그리고 미지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선원들이 그 노랫소리를 들으면 모든 것을 잊고 고향을 잊고 돌아갈 마음이 없어졌다 한다.
트로이전쟁을 승전으로 이끈 오디세우스도 저 요망함에 홀려 죽도밥도 아니될 뻔했다.
한데 그런 사이렌이 요샌 감미롭기는커녕 어찌 고막을 찢는단 말인가?
동민 여러분!!!!
사이렌이 동네 이장님이랑 노는 처지가 되었으니, 암튼 세월이 그리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