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루브르박물관 약탈이 나에겐 야릇한 흥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0. 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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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꼭 내 관심 분야가 아니라 해도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고, 그래서 뉴스를 끼고 살아야 하는 현직기자가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자였던 까닭에 그 생활을 그만두면서, 그리고 그만 두고 나서는 일부러라도 세사에서 멀어지고자 하니 뉴스를 더 멀리하게 된다.

다만 딱 하나 예외가 있어 내가 만 31년 기자생활 중 26년가량 매달린 문화재 업계 소식은 그런대로 추세를 따라가려 하는데 기자는 떠났으나

이곳 블로그가 실상 어찌 보면 문화재에 특화한 독립언론이라는 특성도 없지는 않아 엄밀히 나는 기자를 떠났으되 문화재 전문 독립언론인으로 특화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엄연히 한 켠에선 계속 기자라 불러도 좋으리라 본다.

하긴 기존 기자생활을 박차고 나온 이유가 그 제도가 주는 억압성? 혹은 족쇄들에 질렸기 때문이지 그런 까닭에 그에서 해방된 지금은 솔까 만사가 편안해서 내 하고 싶은 이야기 내 맘대로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자기 검열이 없겠는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윤리는 있는 것이고 그걸 지켜나가려 부단히도 신경 쓴다는 말은 해둔다.

예컨대 명예훼손이라든가 허위일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한 보도가 되지 않을까는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쏟아내면 그건 제갈성렬 샤우팅이지 어찌 언론의 금도를 지켰다 하겠는가?

이 점에선 나는 여전히 기성언론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객설이 길었다.

저 루브르박물관 약탈 사건의 경우 국내외 언론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대략 삼십분쯤이나 지난 뒤에서나 나는 접하게 되었다.

이런 큰 사건의 경우 삼십분 혹은 한 시간이 뒤진다는 것은 이후 언론행보에 적지않은 지체가 따르기 마련이라 그 뒤진 삽십분 한시간을 얼마나 빠른 시간에 벌충해서 따라잡느냐가 언론의 속보 싸움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 사안을 두고 내가 기성언론들과 어찌 감히 경쟁하는 처지겠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다만 따라만 가다 보면 나는 구문만 전하게 된다. 이건 나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  

그리하여 재빨리 관련 보도와 관련 기관 발표 혹은 책임자들 언급을 간취 정리함으로써 어느 시점에는 뒤쳐진 내가 적어도 그들과 비슷한 선상에만큼은 서게 된다.

이런 외국에서 발생한 일들에서 요즘은 정보원이 꼭 기성 외국 언론만이 아니다.

각종 sns 계정을 통해 관련 소식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것들을 비교하고 크로스체킹하며 이런 작업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쓸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며 또 자주 그들에서 보이는 짤막한 논급들에서 내가 그 의미를 확대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이번 강탈 사건의 경우 나 스스로가 의미 있다 생각한 부분은 이 사태만이 아니라 1911년에 같은 루브르에서 터진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었다.

이 논급이 외신에 잠깐잠깐씩 보여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찾아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이 다름 아닌 지금의 모나리자 신화를 양산한 결정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애초엔 모나리자도 도둑맞았다가 돌아왔다는 단순 팩트 전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 신화화 문제까지 다루게 되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도 모르는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꼭 그런 것이 아니라 해도 이런 대사건이 나로선 내 분야라 그 자체를 생각하면 비극적인 일이기는 하나 그런 큰 사건이 터져준데 대해 나는 고마움도 있다.

왜?

이 사안은 오직 김태식만 다룰 수 있다는 그 알량한 우쭐함이라고 편하게 말해둔다.

나는 이와 아주 흡사한 국보 강탈 사건이 네덜란드 드렌츠박물관에서 발생했을 때도 국내 유사 사건인양 광분해서 다룬 적 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일을 국내 언론에서 철저히 침묵하는지 답답함이 있었다. 저 네덜란드 사건은 철저히 국내 언론에선 묵살됐다.

그런 점에서 역시 루브르는 급이 다르다. 같은 사람이 똑같이 교통사고로 죽어도 시골 촌동네서 일어나는 일은 묵살되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르다.

이야기가 한없이 길어질 듯해서 끊는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그리고 그것을 추적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면서 나는 몹시도 희열했다 말해둔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천상 기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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