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루리아선 메두사가 저승의 수호신
시신이나 화장 재는 없이 고인 이름만 납판에 새겨

이탈리아 페루자 팔라초네 네크로폴리스Palazzone Necropolis에 대한 고고학 발굴조사 결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뱀털 괴물 메두사의 인상적인 부조로 장식한 에트루리아 항아리가 발견됐다.
정기적인 보존 작업 중 발견된 이 항아리는 에트루리아 장례 관습에 대한 기존의 견해에 도전하는 특이한 장례 유물이다.
유명 가문과 관련된 항아리
에트루리아 귀족 가문 소유였던 이 항아리는 뛰어난 장인 기술을 자랑한다. 항아리 주요 측면에는 고르곤Gorgon 얼굴이 높은 부조로 표현된다.
이 메두사는 에트루리아식 필기체 비문으로 둘러싸인 정사각형 조각 안에 등장하는데, 유려하고 각진 필치는 이 작품이 기원전 3세기 이 가문 지하 납골당hypogeum 초기 단계에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용기에는 꽃무늬와 파테라paterae(귀족의 무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식용 원반)가 장식되어 있다.

내부의 놀라운 부재
뚜껑을 열자 기대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무덤에서 발견된 작은 납판lead sheet에는 아르노스Arnθ와 아마도 라르노스 카프리티Larθi Caprti라는 유해 이름일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항아리 안에는 유골이나 재가 없었다.
고고학자들은 컵 하나와 작은 주전자 두 개을 합친 총 세 점 테라코타 용기를 발견했다.
주황색 점토로 만든 이 단순한 조각들은 장식은 없었지만 의도적으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었다.
상징적인 매장 또는 세노타프
유골이 발견되지 않은 이 항아리는 용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항아리가 고인의 시신이 분실되었거나 다른 곳에 매장되었을 때 만든 상징적인 매장지인 세노타프cenotaph를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항아리 안 단촐한 제물들과 항아리의 정교한 조각은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의식 관행을 보여준다.

수호신이자 수호자인 메두사
메두사의 존재는 수수께끼를 더욱 증폭케 한다. 그녀는 에트루리아-이탈리아 전통에서 악을 물리치기 위해 소환되는 가장 강력한 아포트로파이apotropaic 신이었다.
이 항아리에 새긴 그녀의 모습은 단순히 내용물을 보호하는 상징일 뿐만 아니라 무덤 자체의 수호자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유적 보존 책임자인 실비아 로시Silvia Rossi 박사는 이번 발견이 에트루리아 문화가 어떻게 끊임없이 놀라움을 선사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항아리가 조각뿐만 아니라 그것이 암시하는 의례적 차원 또한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메두사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장례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분석이 완료되면 항아리와 그 내용물은 움브리아 국립 고고학 박물관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Umbria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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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분신했을 때 장송 의례 그 일단을 엿보이는 게 아닌가 한다.
나아가 메두사 효능은 천상 진묘수鎭墓獸의 그것과 상통함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