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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발상지 우가리트 14년만에 발굴재개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1. 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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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에 얼룩진 시리아, 고고학 현장 복귀

 

지중해 연안 라스 샴라Ras Shamra에서 발굴된 유적 - 한때 알파벳 발상지로 알려진 고대 도시가 있던 곳이다. 위키피디아

 

10년 넘게 침묵한 우가리트 문명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후기 청동기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무역 중심지 중 하나였던 우가리트Ugarit. 고고학자들은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Latakia 인근에서 발굴을 재개하여 고대 세계의 문화와 언어 역사를 형성한 도시의 오랜 묻혀 있던 층들을 드러냈다. 

라타키아에서 북쪽으로 약 12km 떨어진 현재 라스 샴라Ras Shamra 지역에 위치한 우가리트는 기원전 1450년에서 1195년 사이에 번영한 활기찬 해안 도시였다.

이집트, 아나톨리아, 키프로스, 메소포타미아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무역망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고대 근동의 상업과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했다.

학자들은 기원전 1190년경 우가리트가 갑작스럽게 파괴된 것은 동지중해 지도를 재구성한 불가사의한 바다 민족Sea Peoples의 침략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14년 만에 발굴 재개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고고학 활동은 대부분 중단되었다.

14년간 공백기를 거쳐, 이탈리아-시리아 합동 고고학팀이 해안 도시 인근에서 현장 조사를 재개했다.

이 팀은 고대 근동 고고학 및 미술사 분야 권위자인 이탈리아 파비아Pavia 대학교 로렌초 달폰소Lorenzo d’Alfonso 조교수가 이끌고 있다.

달폰소 교수는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이탈리아 박사 과정생들을 포함한 이 팀이 우가리트 왕국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탐사 언덕인 텔 셈하네Tell Semhane에서 한 달 동안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달폰소 교수는 "텔 셈하네에서 청동기 시대 유물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전에는 이곳에서 고고학 작업이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발굴 작업은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작업은 라타키아 박물관 및 시리아 고대 유물 관리국과 긴밀히 협력해 진행하며, 향후 다마스쿠스 대학교 학생들도 참여할 계획이다.

 

터키와 이탈리아 박사 과정생들이 텔 셈하네에서 한 달간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Şevket Akça/AA

 

우가리트 문명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

라타키아 고대유물국장 무함마드 알-하산Muhammad al-Hasan에 따르면, 이번 발굴은 우가리트 왕국의 정치 및 사회 구조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라타키아 도심에서 불과 5km 떨어진 이 유적은 우가리트의 광범위한 경제 및 행정 네트워크와 연결된 위성 정착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산 국장은 시리아가 국제 고고학 탐사대 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해안 지역에서 활동하는 외국 연구팀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협력은 과학 연구를 되살릴 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우가리트의 유산: 알파벳의 발상지

우가리트는 무역의 중요성 외에도 인류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바로 세계 최초의 알파벳 체계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8년 수천 개 점토판에서 발견된 우가리트 문자는 설형 문자로 쓰였지만 30개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의사소통에 혁명을 일으켰고 페니키아어, 나아가 그리스어, 라틴어를 포함한 후대 셈족 문자 본보기가 되었다.

사원과 궁전에서 발견된 우가리트 기록 보관소에는 아카드어, 히타이트어, 후르리아어 등 7개 언어와 4개 문자로 쓰인 문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문서들은 조약, 찬송가, 신화, 행정 기록 등 청동기 시대 외교, 무역, 종교, 그리고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우가리트에서 발견된 가장 유명한 유물 중 하나는 바알 사이클 타블렛Baal Cycle Tablets이다.

이는 폭풍의 신 바알Baal이 혼돈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묘사한 신화적인 시로, 성서 이야기와 초기 유사점을 보여준다.

14년 만에 시리아 라타키아 인근에서 발굴이 재개되어 세계 최초의 문자가 탄생한 고대 우가리트 문명의 새로운 흔적이 발견되었다. 사진: Şevket Akça/AA

 

고고학을 통해 문화를 연결하는 학생들

현장에 참여한 젊은 고고학자 중 한 명인 터키 박사 과정생 아다한 귀니Adahan Güney는 발굴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청동기 시대 정착지를 온전히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동 고고학에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사원이나 궁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번 발굴은 청동기 시대 일상생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꿀 수 있는 완전한 정착지 맥락을 연구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네 개 별도 발굴 구역에서 작업 중인 연구팀은 이미 표면 유물과 건축 유적을 식별하기 시작했다.

귀니는 "이달 말까지 이 공동체가 우가리트 권역 내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명의 재발견

우가리트의 재발견은 고고학적 업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회복력을 상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한때 외세의 침략에 잿더미로 전락했고, 최근에는 전쟁으로 침묵에 잠긴 이 도시가 발굴을 통해 다시 태어난 것은 시리아의 고대 유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의미한다.

모종삽과 붓이 다시 한번 라스 샴라의 땅을 뒤지며 발굴된 각각의 조각은 초기 문해력과 국제 무역의 중심지 중 하나를 건설한 상인, 서기관, 그리고 왕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발견은 우가리트가 지중해와 근동 지역 문명을 어떻게 연결했는지에 대한 빛을 던져주고, 수천 년 침묵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여전히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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