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유령, 영국엔 있고 미국엔 없는 이유
오래전, 드라마 다운튼 애비 크리스마스Downton Abbey Christmas 특집에는 죽은 등장인물 메시지를 전달하는 위자 보드ouija board가 등장했다.
미국 평론가들은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크게 당황했지만, 영국 평론가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언급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크리스마스 유령 이야기 오랜 전통에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 (부제: 크리스마스 유령 이야기Being a Ghost Story of Christmas)이리라.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유령 이야기를 열렬히 좋아했으며, 1850년 에세이 '크리스마스 트리A Christmas Tree'에서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크리스마스 벽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겨울 이야기, 유령 이야기, 혹은 더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나누던" 추억을 회상했다.
디킨스는 또한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 '하우스홀드 워즈Household Words'와 '올 더 이어 라운드All the Year Round'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다른 작가들이 크리스마스 유령 이야기를 기고하도록 장려했다.
하지만 디킨스는 분명히 더 오래된 전통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는 헨리 어빙Henry Irving이 그의 작품 《브레이스브리지 홀에서의 크리스마스》(Keeping of Christmas at Bracebridge Hall)에서 언급한 전통이다.
한 미국 여행객이 영국 시골 지주를 방문하는데, 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사교 모임으로서 크리스마스 옛 전통을 되살렸다. 이 모임에는 지역 전설과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포함된다.
마찬가지로, 디킨스가 "겨울 이야기Winter Stories"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또한 겨울에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엘리자베스 시대 또는 그 이전 시대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후기 로맨스 작품 중 하나인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로 이어지는데, 이 작품은 복잡한 정체성과 죽음과 부활을 다룬다.
겨울 벽난로 주변에서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셰익스피어 시대 이전부터 널리 알려진 전통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은 오랜 역사를 지니지만, 이는 영국에만 해당한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이러한 차이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영국에서 할로윈은 원래 널리 기념되지 않았으며, 17세기 초에 가톨릭 음모로부터 개신교 왕을 구한 일을 기념하는 가이 포크스 데이Guy Fawkes Night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두 개 비슷한 불 축제가 달력상 가까운 시기에 열리면서 각 지역에서는 종교적 성향에 따라 어느 한쪽이 더 우세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할로윈 전통은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북미로 전해졌고, 다른 축제들과 결합되어 새로운 미국과 캐나다 사회에서 범켈트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할로윈 축제는 종종 소란스러운 행동으로 점철되기도 했다.
고전 뮤지컬 <미트 미 인 세인트루이스Meet Me In St. Louis>의 할로윈 장면을 보면 어린 마거릿 오브라이언Margaret O'Brien (일곱 살)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새로 온 이민자들을 괴롭히고, 전차를 탈선시키려는 위험한 계획까지 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격한 축제 분위기는 점차 누그러졌고, 할로윈 파티는 점차 중산층 가정으로 옮겨갔다.
집주인들은 잡지에 실린 완벽한 할로윈 파티 가이드를 따라 할 수 있었고, 물론 유령 이야기 경연대회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였다.
방송은 오늘날 크리스마스(또는 할로윈) 특집, 국가 행사, 스포츠 경기, 그리고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에 대한 강조를 통해 우리의 문화 달력을 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할로윈이 으스스한 이야기의 계절이 되었다.
오슨 웰스 Orson Welles의 악명 높은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할로윈 특집 방송이었다.
'스타 트렉Star Trek', '스타스키 앤 허치Starsky and Hutch',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O' 등 여러 TV 시리즈 할로윈 특집 방송에서도 유령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등장한다.
할로윈이 영국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영국은 1923년 BBC 라디오 첫 크리스마스 방송 이후 오랫동안 크리스마스 유령 이야기를 방송한 역사를 지닌다.
M. R. 제임스의 유령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텔레비전과 라디오 드라마로 자주 각색되는데, 가장 최근에는 작년에 '미도스 소책자'가 각색되었다.
이는 1970년대에 '크리스마스를 위한 유령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매년 방영된 TV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로, 당시에는 제임스 작품뿐 아니라 디킨스의 '신호수'도 각색되었다.
제임스의 많은 이야기는 원래 친구와 학생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오락거리로 쓰였으며, 이는 문학적이고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크리스마스에 방영되는 TV 유령 이야기는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되어 베르주라크, 더 빌, 낫 고잉 아웃, 그리고 물론 다운튼 애비와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크리스마스는 한 해를 되돌아보고, 과거의 악몽을 씻어내고,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