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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호모 에렉투스는 오늘날 인류한테 유전적 유산 남겨, 중국 연구진 치아 단백질 분석 결과 발표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5. 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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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크리스틴 레이놀즈Sally Christine Reynolds,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분석 대상 중국 초기 인류 치아 출토 유적과 그 분석 대상 치아들. doi.org/10.1038/s41586-026-10478-8

 
20세기 대부분 동안 인류 기원 모델은 나무였다.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다시 잔가지가 뻗어 나가는 구조였다.
각 인류 근연종human relative(호미닌hominin)은 하나의 깔끔한 가지로 여겨졌다.

대학 시절 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마주치는 모든 고대 인류를 대체했다고 배웠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다른 고대 근연종들은 진화의 막다른 길, 즉 후손을 남기지 못한 불운한 사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초기 교육은 완전히 수정되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유전자 교체설은 이제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중국과학원 푸차오메이(Qiaomei Fu) 연구진이 이번 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와 같은 여러 연구 덕분이다.

이 논문은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인 일을 해냈다.

바로 DNA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래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에서 의미 있는 생물학적 정보를 복원해낸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서열 대신, 약 4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중국 세 곳 유적지, 즉 저우커우뎬Zhoukoudian (주구점, 20세기 초 '베이징 원인Peking Man'으로 알려진 화석이 출토된 곳), 허현Hexian[화현和县], 그리고 쑨자둥Sunjiadong에서 발굴된 여섯 개 치아 법랑질에서 고대 단백질을 추출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 조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여러 증거에 따르면 약 200만 년 전에 유라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금까지 산 인류 조상 중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한 종이다.

이번 연구는 호모 에렉투스가 약 40만 년 전 동아시아에서 데니소바인과 유전자 교환(아마도 이종교배interbreeding를 통해)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유전적 유산 일부가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및 동남아시아 전역 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치아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며, 그 단백질은 DNA가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분해된 후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연구팀이 이 단백질에서 발견한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된 하얼빈 두개골Harbin skull은 최근 데니소바인으로 추정됐다. 이미지 출처: Fu et al, Cell, CC BY-SA

 
여섯 개 화석 모두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아미노산 변이amino acid variant, 즉 단백질 서열에서 단 하나의 염기만 바뀐 미세한 분자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현존하거나 죽은 다른 어떤 호미닌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이 변이는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를 하나의 독립적인 집단으로 묶어주며, 이들의 정체를 확정짓고 허현和县Hexian 화석이 과연 호모 에렉투스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이들이 공유하는 또 다른 변이는 호모 에렉투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변이는 시베리아의 한 동굴에서 주로 발견된 수수께끼 같은 고대 인류 집단인 데니소바인에게서도 나타난다.

해당 유전적 변이는 필리핀에서는 21%, 인도에서는 약 1% 빈도로 현존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데, 이는 데니소바인을 통해 현대 인류에게 유입되었을 때 예상되는 분포 패턴과 일치한다.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동아시아의 호모 에렉투스 집단이 이 변이 유전자를 데니소바인과의 이종교배를 통해 전달했고, 데니소바인이 다시 이 변이 유전자를 현대 동남아시아인과 오세아니아인의 조상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유전 물질이 전달되는 현상을 유전자 이입(introgression)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때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한 계통이 사실은 살아있는 인류의 유전체에 작지만 감지 가능한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 밝혀졌다.

베이징 원인의 치아와 아시아의 현생 인류를 연결하는 분자적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패턴

하지만 오늘 발표된 논문의 중요성은 특정 변이 유전자나 특정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논문이 진정으로 보여주는 것은 고대 인류 계통 간 이종교배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확인한 모든 주요 호미닌 계통은 혼합된 유전자를 지닌다.

아프리카 이외 지역의 현대 인류는 약 2%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며, 파푸아인과 호주 원주민은 추가로 2~5% 데니소바인 유전자를 지닌다.

서아프리카 인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 계통 유전적 특징을 지닌다.

오늘 발표된 연구 결과가 뒷받침하듯, 데니소바인조차도 더 오래되고 분화한 계통, 아마도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유전자 흐름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미국 인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에 실린 한 연구는 데니소바인과 유사한 인구 집단에서 동남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조상으로의 유전자 유입이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으며, 일부는 불과 2만 년 전에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이는 명확한 계통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이어진 복잡한 접촉과 교류의 그물망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유전체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단일 계통의 산물이 아니다.
여러 고대 집단의 기여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와 같으며, 각 집단은 고유한 지역 환경에 적응했다.

예를 들어, 파푸아인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데니소바인 유래 변이 중 일부는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확인된 호모 에렉투스 유래 변이 유전자의 기능적 결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유전자 변이 사례(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유전자가 유입된 경우)를 보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이 변이의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

유령 개체군

아마도 이번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직 연구할 수 없는 수많은 개체군에 대한 시사점일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0만 년 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생존했다.

키가 작은 "호빗" 종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는 현생 인류가 플로레스Flores  섬에 도착했을 당시 그곳에 살고 있었다.

또 다른 인류 계통인 호모 루조넨시스Homo luzonensis는 필리핀에 거주했다.

이러한 개체군들은 DNA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어떤 분자 데이터도 얻을 수 없었다.

이들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자신들을 대체한 인류 개체군에 흡수되었을까?

현생 인류의 유전체 분석에서는 아직까지 이들의 흔적이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사용 가능한 분석 도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오늘 발표된 논문에서 제시된 단백질체학적 접근법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만약 4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치아 에나멜에서 단백질을 복원할 수 있다면, 동일한 접근법을 플로레시엔시스나 루조넨시스 계통에도 적용해 이들 계통 역시 후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문헌에서 흔히 사용되던 나무라는 비유, 즉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종으로 가지를 뻗는다는 비유는 이제 조용히 새로운 비유로 대체되고 있다.

오히려 여러 갈래 물줄기가 부분적으로는 합쳐지고 부분적으로는 떨어져 흐르며 끊임없이 물을 교환하는 얽히고설킨 강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번 연구는 고대 인류가 사라졌을 때에도 그들이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Journal information: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Cell, Nature 
 
Fu, Q., Wu, Z., Bennett, E.A. et al. Enamel proteins from six Homo erectus specimens across China. Nature (2026). https://doi.org/10.1038/s41586-026-10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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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고유전학이 또 일은 낸 모양이다. 저 중국 쪽 움직임 보면, 아프리카 중심, 유럽중심에 맹렬히 저항하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어느 정도 타당함을 입증한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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