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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퀼퇴베 비문, 오구즈 문자 사용 시기 4세기 앞당겨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2. 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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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퇴베 비문은 손바닥만 한 크기 작고 정교하게 다듬은 석회암 블록에 새겨져 기념비적인 돌이라기보다는 휴대하기 편리한 물건이다. (사진 제공: Erkoç & Kavaklı, 2025)



카자흐스탄 남부에서 이루어진 놀라운 고고학적 발견은 오구즈 투르크족Oghuz Turks 초기 역사와 투르크어 문자 발달에 대한 학계의 기존 견해를 뒤흔든다.

9세기에서 10세기경으로 추정되는 퀼퇴베 비문Kültöbe Inscription은 투르키스탄 시 근처 작은 마을 학교 박물관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오구즈 투르크족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수 세기 더 이른 시기에 문자를 사용했다는 귀중하고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우연한 발견

이 비문은 퀼퇴베Kültöbe로 알려진 고대 오구즈Oghuz 정착지 유적 근처 오란가이Orañğay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지역 중학교 안에 있는 작은 박물관을 방문한 한 연구원이 우연히 이 비문을 발견했다.

차나칼레 온세키즈 마르트Çanakkale Onsekiz Mar 대학교 하이레틴 이흐산 에르코츠Hayrettin İhsan Erkoç 교수는 고대 튀르크어Old Turkic (룬 문자runiform)로 쓰인 짧은 글귀가 새겨진 석회암 돌을 발견했다.

1990년대 불법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그전까지 정식 학술 연구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신중한 자료 조사와 투르크어 비문 전문가들과의 공동 분석을 거쳐, 이 비문은 2025년에 공식적으로 학계에 소개되었다.

짧은 분량에도 퀼퇴베 비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오구즈 초기 역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비문의 연대 측정: 9세기~10세기가 중요한 이유

고고학적 및 역사적 증거는 이 비문이 오구즈 투르크족이 시르 다리야Syr Darya (세이훈Seyhun) 강 유역에 정착한 9세기 또는 10세기에 작성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 지역 발굴 조사에 따르면 오구즈족은 9세기에 이 정착지들을 장악했고, 11세기 초에는 서쪽으로 대규모 이주를 시작했다.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주류 학계에서는 오구즈 투르크어가 셀주크 왕조 및 그 이후 시대에 아랍 문자가 확산된 후 13세기에 들어서야 문자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여겨졌다.

퀼퇴베 비문은 오구즈족이 이미 수 세기 전에 전통적인 투르크 문자를 사용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가정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퀼퇴베 비문은 손바닥만 한 크기 작고 정교하게 다듬은 석회암 블록에 새겨져 기념비적인 돌이라기보다는 휴대하기 편리한 물건이다. (사진 제공: Erkoç & Kavaklı, 2025)



퀼퇴베 비문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가?

이 비문은 한 줄로만 이루어져 있어 해석이 어렵다.

일부 문자는 특이한 변형으로 나타나 해독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러나 유력한 해석 중 하나는 "Kazar qan qul"이라는 구절을 제시하며, 이는 "하자르 카간의 종servant of the Khazar Khagan"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 해석이 확인된다면, 이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구즈 야브구 국가Oghuz Yabghu State가 초기 중세 시대 가장 강력한 스텝 제국 중 하나였던 하자르 카간국Khazar Khaganate과 정치적 또는 위계적 관계를 맺었다는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 해석이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경고하지만, 이러한 가능성만으로도 오구즈와 하자르Oghuz–Khazar 간 관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비문 아래에는 부족의 탐가tamga (씨족 문장clan emblem)이거나 강이나 수로를 양식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양이 있는데, 이는 투르크 유목 문화와 흔히 연관되는 모티프다.

유사한 문양이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 다른 투르크 문화권에서도 발견되어, 이 비문 연대 추정을 뒷받침한다.



셀주크 왕조 이전 오구즈 문자 체계의 재정의

퀼퇴베 비문의 가장 획기적인 측면은 초기 오구즈 문자 체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는 점이다.

이 비문은 튀르키스탄 전역에서 발견된 다른 비문들과 함께 오구즈 영토에서 아랍 문자가 도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투르크 문자가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언어학적 관점에 도전하며, 오구즈인들이 이슬람 이전 및 초기 이슬람 시대에 기존 생각보다 더 발달한 문자 문화를 지녔음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이 비문은 오구즈인들을 괵튀르크족Göktürks, 위구르족Uighurs과 같은 투르크 세계 문학 전통의 한 축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한다.

중앙아시아 숨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

에르코츠Erkoç 박사는 퀼퇴베 비문이 카자흐스탄 광활한 지역 곳곳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유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유물이 작은 마을 박물관에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지역 소장품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체계적인 고고학적 연구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

퀼퇴베 유적에서 물질 분석 및 통제된 발굴과 같은 추가적인 과학적 분석이 계획됨에 따라, 학자들은 비문 연대를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고 해독을 확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연구 단계 하나하나가 오구즈족의 정치 구조,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언어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늘날 퀼퇴베 비문이 중요한 이유

학계뿐 아니라, 이 발견은 투르크 문화유산, 중앙아시아 역사, 그리고 문자 언어 진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초기 투르크 문명의 중요한 교차로였음을 강조하며, 지역 역사 유물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간단히 말해, 퀼퇴베 비문은 단순히 고대 문자가 새겨진 돌멩이가 아니라, 초기 오구즈 투르크족의 지적이고 정치적인 세련됨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며, 투르크 역사의 중요한 한 장을 다시 쓰는 역할을 한다.


Erkoç, H. İ., & Kavaklı, A. (2025). Kültöbe Yazıtı: Erken Oğuzlarda yazı kullanımına ilişkin yeni bir buluntu [The Kültöbe inscription: A new find regarding the usage of writing among the early Oghuz]. Yazıt Kültür Bilimleri Dergisi, 5(2), 236–266. https://doi.org/10.59902/yazit.1813749

Cover Image Credit: Yazıt Kültür Bilimleri Dergisi. Erkoç & Kavaklı,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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