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HESIS

大플리니우스가 말한 크레타 움브리카의 미스터리, 현대 과학으로 재조명하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2. 22. 06:52
반응형

20세기 중반에 제작된 "테라 디 노체라 움브라Terra di Nocera Umbra"라고 표기된 비누 (시지스몬디, 1979). 사진 제공: Gliozzo, E., Fantozzi, P. L., Frapiccini, N., et al. (2026)

 

거의 2천 년 동안 이탈리아 중부 구릉에서 채취한 옅은 색 흙은 의학, 공예, 의례, 과학 세계를 조용히 연결한다.

오늘날 새로운 고고학 및 지구화학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지역 시장에서 판매되는 이 소박한 점토가 고대 로마의 大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가 칭송한 바로 그 물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록할 가치가 있는 점토

서기 1세기, 로마 박물학자 大플리니우스는 고대 세계의 일상생활을 형성한 물질들을 꼼꼼하게 목록화했다.

개중에는 움브리아Umbria 지방에서 생산되는 옅은 색 점토인 크레타 움브리카creta umbrica가 있었는데, 이는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실용성 때문에 귀하게 여겨졌다.

양모 의류를 세척하고 복원하는 전문가인 풀러들이 사용한 이 점토는 기름기를 흡수하고 광택을 잃은 직물을 되살리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현재로 시점을 옮겨보면, 비슷한 물질이 여전히 같은 지역에서 다른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바로 '테라 디 노체라Terra di Nocera'다.

노체라 움브라Nocera Umbra에서 채취한 이 백토는 오늘날 화장품 및 치료 목적으로 판매되며 비누, 피부 관리 제품, 그리고 전통 요법에 사용된다. 이 현대 제품이 플리니우스가 언급한 '크레타 움브리카creta umbrica' 후손일까?

다학제 연구팀은 그 답이 '그렇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과학과 고대 문헌의 만남

학술지 '고고학 및 인류학 과학(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고고학, 광물학, 지구화학을 결합하여 테라 디 노체라와 크레타 움브리카가 수세기 동안 이름과 용도가 바뀌면서 분리된 동일한 물질인지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테라 디 노체라의 지질학적 원천인 움브리아 아펜니노Umbrian Apennines 산맥의 특징적인 이회암 지층marly limestone formation인 스카글리아 치네레아 지층Scaglia Cinerea Formation에서 직접 채취한 샘플을 분석했다. 

X선 회절 및 화학 분석을 사용하여 연구진은 방해석calcite, 일라이트illite 및 스멕타이트smectites가 주를 이루는 광물 조성을 확인했는데, 이 점토 광물들은 흡수 및 세척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발견은 플리니우스의 묘사와 놀라울 정도로 잘 일치한다.
로마 직물 가공에서 흡수성은 매우 중요했다.

양모 의류는 유황 훈증 후 기름기를 제거하고 광택을 되살리기 위해 점토로 처리했다.

테라 디 노체라의 광물 구성은 바로 이러한 작업에 매우 적합했다.

본문에 언급된 주요 유적의 Google Earth Pro 위성 지도. A 패널은 현재 움브리아 지역 경계를 나타낸다. B 패널은 관심 지역을 확대한 것이다. 출처: Gliozzo, E., Fantozzi, P. L., Frapiccini, N., et al. (2026)


고대 무덤에서 찾은 단서

조사는 지질학에만 그치지 않았다. 고고학적 증거는 더욱 심오한 역사적 차원을 제공했다.

기원전 9세기부터 3세기까지 것으로 추정되는 움브리아의 콜피오리토와 세라발레 디 키엔티Colfiorito and Serravalle di Chienti 공동묘지 발굴에서, 엘리트 매장지에 의도적으로 놓인 굽지 않은 점토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때로는 수 킬로그램에 달하는 이 가공되지 않은 점토 덩어리는 고인의 발이나 머리맡에 놓이거나, 때로는 의례용 그릇 안에 놓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토 덩어리 몇 개에 대한 화학 분석 결과, 테라 디 노체라(Terra di Nocera)와 스카글리아 치네레아 지층(Scaglia Cinerea Formation)과 구성 성분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원이 같다는 것을 시사하며, 로마 시대 이전부터 이 점토가 실용적인 의미뿐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 점토 덩어리가 직물 생산 및 가정생활과 관련된 실용적인 역할과 치유, 정화, 또는 죽음 이후의 의례적 보호와 관련된 상징적인 역할, 이렇게 두 가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장례 의식에서 풀러Fuller 공방까지

로마 제국 시대에 이르러 움브리아 점토의 역할은 의례용 물건에서 산업 재료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플리니우스는 직물 생산의 특정 단계, 즉 세척, 훈증, 마감 과정에서 다양한 점토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설명하며, 재료의 특성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보여준다.

특히 크레타 움브리아 점토는 옷을 희게 하는 용도보다는 복원하는 데 더 유용하게 사용되었는데, 이는 더 부드럽지만 매우 효과적인 작용을 했음을 시사한다.

무게가 아닌 부피로 판매되었다는 사실은 물에 젖었을 때 크게 팽창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이는 테라 디 노체라에서 확인된 광물의 특성과 일치하는 세부 사항이다.

현대 세계에서 재탄생한 테라 디 노체라

16세기경, 테라 디 노체라에 대한 언급이 의학 서적, 시, 그리고 지역 전통에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이 물질이 렘노스Lemnos 섬이나 사모스Samos 섬에서 나는 유명한 약용 점토와 유사한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고, 어떤 이들은 분류 자체를 거부하고 그 효능에 주목했다.

20세기에는 테라 디 노체라가 비누 대용품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고체 형태로 만들어 상업적으로 유통되었지만, 현대 분석에 따르면 그 세정력은 화학적 작용보다는 기계적 작용, 즉 천연 탈지제에 가깝고 진정한 비누는 아니다.

현대의 대담한 마케팅 문구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테라 디 노체라에 기인한다고 여겨지는 많은 건강상 이점을 뒷받침하는 임상적 증거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테라 디 노체라의 진정한 가치는 기적적인 치료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잘 기록된 그 기능적 역사에 있다.

세라발레 디 키엔티Serravalle di Chienti (MC), 4번 무덤 발굴 현장. 벽감 안 점토 덩어리는 매장토보다 색이 밝아 뚜렷하게 구별된다. 두 번째 점토 덩어리는 고인의 발 위 그릇에 놓여 있었다. 출처: Gliozzo, E., Fantozzi, P. L., Frapiccini, N., et al. (2026)

 
영원히 지속되는 재료

테라 디 노체라가 플리니우스의 크레타 움브리아creta umbrica와 동일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역사 문헌, 고고학적 발견, 그리고 현대 과학 데이터의 종합적인 분석은 이러한 연관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천연 물질이 수천 년 세월을 거치며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 적응하면서도 본질적인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고대 장례 의식에서부터 로마 시대 작업장, 그리고 현대의 웰빙 제품에 이르기까지, 움브리아 점토는 미신이 아닌 연속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혁신에 집착하는 시대에, 테라 디 노체라는 인류의 가장 오래 지속되는 기술 중 일부가 오래전, 우리 발밑 땅속에서 조용히 완성되었음을 일깨워준다.

Gliozzo, E., Fantozzi, P.L., Frapiccini, N. et al. Pliny’s Creta umbrica reconsidered: connections with Terra di Nocera and clay loaves from Umbrian necropoleis. Archaeol Anthropol Sci 18, 10 (2026). https://doi.org/10.1007/s12520-025-02379-0

 

 

 

 


미백 화장품? 이런 종류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