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코뿔소 이빨을 도구로 사용했을까?
by 알리시아 산즈 로요Alicia Sanz Royo·카미유 도제아르Camille Daujeard·후안 마린 에르난도Juan Marín Hernando,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RINO 프로젝트는 프랑스 론 계곡Rhône Valley의 선사시대 유적인 파이르Payre에서 발굴된 코뿔소 이빨에 특이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약 25만 년에서 13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이 중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코뿔소 이빨 화석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코뿔소 이빨을 도구로 사용했다는 전례 없는 증거를 제시한다.
상징적인 매머드와는 달리 선사시대 인류 집단의 생존 전략에서 코뿔소의 역할과 구석기 시대 내내 그들이 코뿔소와 형성한 관계는 아직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코뿔소는 단순히 식량원일 뿐만 아니라, 3만 년도 더 전에 아르데슈 지방 쇼베 동굴Chauvet Cave에 그린 유명한 암각화처럼 동굴 벽화에 묘사되면서 다양한 용도로 등장한다.
프랑스 남부 여러 구석기 유적에서 코뿔소 이빨에 특이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흔적이 인간의 의도적인 활동 결과일 수 있을까?
코뿔소를 포함한 대형 초식동물 뼈를 석기 도구의 다듬기와 날카롭게 하는 데 사용한 현상은 유럽에서 구석기 시대 초기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코뿔소 이빨 또한 유럽과 아시아 전역 구석기 유적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선사시대 인류 집단이 코뿔소 이빨을 의도적으로 수집하고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이한 골절과 흔적
20만 년도 더 전에 프랑스 남동부 파이르Payre와 중국의 판셴다둥Panxian Dadong 같은 유적에서 고고학자들은 수백 개 코뿔소 이빨을 발굴했는데, 그중 일부는 반복적인 골절과 독특한 표면 흔적을 보였다.
이러한 관찰을 계기로 연구자들은 이빨이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유럽 전역에서 같은 시기에 발굴된 다른 코뿔소 유물들을 살펴보았다.
이것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네안데르탈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 질문은 RINO 프로젝트 출발점이 되었고, 최근 인류진화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에 "네안데르탈인의 코뿔소 이빨 사용 규명: 실험과 화석 기록 사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연구 논문 바탕이 되었다. ["Elucidating the use of rhinoceros teeth by Neanderthals: Between experiments and the fossil record"]
이 연구는 국제적인 과학 공동 연구 결과다.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의 코뿔소 이빨 사용 가능성에 대한 최초의 심층적이고 학제적인 조사다.
이 연구는 화석 유물 분석과 현대 코뿔소 이빨에 대한 고고학적 실험을 결합해 실험적으로 생성된 흔적과 고고학적 기록에 보존된 흔적을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코뿔소 이빨은 크기, 무게, 취급 용이성, 평평한 교합면, 골절 저항성 등 여러 가지 형태학적 특징이 있어 기술적 용도에 특히 적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 방법
RIN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간 활동의 흔적과 동물군에서 코뿔소 이빨이 풍부하게 발견되는 12개 고고학 유적을 선정했다.
자연적인 변화와 인위적인 변형을 구분할 수 있는 비교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서유럽 고생물학 유적에서 발굴된 치아 유물과 현생 코뿔소의 골학 표본도 연구에 포함했다.
본 연구에서는 플라이스토세 시대 고생물학 유적들인 바서빌리그Wasserbillig (룩셈부르크), 외트랑주Oetrange (룩셈부르크), 코바 델 리노세론트Cova del Rinoceront (스페인), 레 플뤼메트Les Plumettes (프랑스 손에루아르Saône-et-Loire)에서 출토된 총 168개 코뿔소 이빨을 분석했다.
또한,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MNHN) 비교해부학관에 소장된 비교 표본 236개 이빨도 분석에 활용했다.
화석 코뿔소 이빨에 대한 치아 미세마모 분석도 수행해 관찰된 흔적이 인간의 개입보다는 씹고 먹는 활동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코뿔소가 산 시절 이빨에 발생했을 수 있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실험 고고학Experimental archaeology
이 프로젝트 주요 부분은 실험 고고학에 할애했다.
숙련된 고고학자들이 통제된 실험에서 코뿔소 어금니와 앞니를 타격 도구로 사용해 연구팀은 실험적으로 생성된 흔적에 대한 포괄적인 참고 자료를 구축하고 이러한 도구의 잠재적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user-friendliness'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실험에 사용할 현대 코뿔소 이빨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광범위한 탐색과 알렉시스 레쿠Alexis Lécu (국립 자연사 박물관 수의사) 도움 덕분에 세 곳 동물원, 즉 포그르 동물원Peaugres Zoo (아르데슈), 시제앙 아프리카 보호구역Sigean African Reserve (오드Aude), 몽펠리에 동물원Montpellier Zoo (에로Hérault)에서 이빨을 제공해 주기로 했다.
이빨 발치는 포그르 동물원에서는 벤자민 드루에가Benjamin Drouet, 시제앙에서는 앙투안 조리스Antoine Joris가 담당했다.
실험은 18개 현대 코뿔소 이빨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이빨들은 석기 다듬기stone-tool retouching, 떼기knapping , 석영quartz과 플린트flint를 이용한 모루anvil 작업 등 다양한 타격 활동에 사용했다.
실험의 목적은 인간 활동으로 생긴 흔적을 기록하고 고고학적 기록에서 관찰되는 흔적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빨이 화석화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마모와 퇴적물 압축과 같은 자연적인 과정을 재현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 파이르 유적에서 발견된 흔적과 스페인 엘 카스티요El Castillo 유적, 프랑스 페슈 드 라제Pech-de-l'Azé II 유적에서 관찰된 흔적은 고고학적 실험에서 생성된 흔적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세마모 분석 결과, 이 흔적들은 동물이 죽은 후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흔적에서 먹이 섭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흔적들은 고생물학 및 현대 표본에서 기록된 표면 변형이나 실험적인 마모 및 압축 시험을 통해 생성된 변형과는 확연히 다르다.
엘 카스티요와 페슈 드 라제 II의 중기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는 스텝 코뿔소steppe rhinoceros (Stephanorhinus hemitoechus)와 메르크 코뿔소Merck's rhinoceros (Stephanorhinus kirchbergensis)의 이빨 총 281개를 분석했다.
메르크 코뿔소는 이 시기에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큰 화석 코뿔소 종이다.
이빨은 타격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스페인의 엘 카스티요와 프랑스의 페슈 드 라제 II라는 두 중기 구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코뿔소 이빨 흔적은 인간의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이빨을 석기(플린트와 쿼츠) 제작 시 타격 도구percussion tools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중기 구석기 시대 작업 과정(chaîne opératoire)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빨 마모 정도를 보면 네안데르탈인은 나이가 든 코뿔소 이빨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든 동물을 사냥한 이유는 사냥하기 쉽거나 사체를 처리하기 쉬웠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이빨의 평평한 표면이 도구로 사용하기에 더 적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의 행동, 기술적 선택, 그리고 그들이 수집하고 사용한 다양한 원자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동물 자원 이용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중요한 지식의 진전이 있었지만 이번 발견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과 그들의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네안데르탈인은 코뿔소를 획득(사냥, 사체 섭취, 덫 사냥)하고 이용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가?
이러한 전략은 당시 유럽에서 마주쳤던 모든 코뿔소 종에 대해 동일했는가?
코뿔소의 형태학적, 행동적, 생태적 특성과 서식지별 가용성은 이러한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가?
이러한 전례 없는 결과는 이번 연구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아직 탐구해야 할 많은 질문들을 제기한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일반적인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서유럽 네안데르탈인 집단에 특정한 행동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코뿔소 이빨을 원료로 사용하는 행위가 시간과 공간에 국한된 행동이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관행의 범위, 기능, 그리고 가능한 상징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새로운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코뿔소 이빨 유물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Journal information: Journal of Human Evolution
Provided by The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