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현장

처음 이용해 본 hop-on hop-off 버스 시내 관광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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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손님이 나 혼자였다.



나는 가이드투어, 혹은 그 비스무리한 버스관광은 좋아하지 않는다.

꽉 짠 일정을 따라다닌다는 게 고통이기도 하려니와, 그래서는 내가 보고 싶은 것울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효용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무엇보다 그 코스를 보면 이른바 엑키스만 뽑아놔서 무엇에다 저들이 포커스를 두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투어버스



예컨대 그 유명한 루브르박물관을 간다 치면, 아무 준비없이 가면 그 방대한 컬렉션에 놀라고, 더 방대한 방들에 놀라서 그에 넋이 나가 어디로 갈지 헤매다 나오기 일쑤지만,

가이드투어를 신청하면, 모름지기 루브르박물관이라면 이런 것쯤은 봐둬야 한 것들은 그 짧은 시간에 일목요연하게 안내해 준다. 

그래서 실은 가장 좋은 방식이 가이트투어 버스투어를 하고선 이후 내가 혼자서 다시 해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는 아니해서 무엇보다 잠깐 짬을 낸 해외여행에서 그럴 여유가 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카타니아 해변에서 개똥폼



천방지축 매버릭 성향인 내가 지난 두어 달 남짓하는 이번 유럽여행 처음으로 이곳 카타니아로 들어와서 저런 투어 상품을 신청해서 다녀봤다.

얼마 전에는 에트나 산을 다녀왔으니, 이는 실상 이 상품 말고는 마뜩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관광상품을 파는 데서 삐끼 총각이 날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에트나 관광 15유로, 시내 버스투어 30유로인데 둘 다 신청하면 40유로로 깎아준다고.


무슨 노르만 성채라고



역시 효과는 적중해 둘 다 사고 말았다.

시내 버스투어는 여느 유럽 도시처럼 hop-on hop-off라 해서 짜인 코스대로 돌다가 내가 마음에 들면 거기 내려 탱자탱자하다가 다음번 관광버스로 갈아타는 그런 시스템이라, 이곳 역시 마찬가지라,

이 상품이 좋은 점이 티켓은 어떤 날 이용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 전에 사 놓은 버스관광 티켓을 오늘 소진했다.

대략 나는 두 시간 정도만에 본래 자리로 복귀했으니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한 번 이용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상품이라고 본다.


체드라? 채드라라는 과일이라고



다만 이곳에 머문지 꽤 되어가니 이미 가 본 데가 더러 있어 새로움을 접한다는 그런 느낌은 덜했다. 

주로 해변을 따라 돌면서 현장이라 할 만한 곳을 안내 방송으로 소개했고,

어느 노르만시대 성채에서는 내려서 구경해도 볼 만하다가에 그에서 대략 한 시간 정도 노닥거리다가 다음 버스를 탔다,

돌아다니다 보면 카타니아라는 도시는 1693년 대지진이 트라우마로 남은 곳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때 에트나 화산까지 폭발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곳곳에 그 상흔이 남아, 현재 남은 고건축물은 대부분 그 지진 이후 재건한 것들이라는 점이 그 사실을 우뚝히 말해준다. 



어느 노르만 해변 성채



일전에 소개했듯이 기원전 8세기인가 무렵 그리스 식민도시로 출발한 카타니아는 진산 격인 에트나가 하도 자주 폭발하는 바람에 그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았으니, 저 이래 8번이나 화산재가 덮쳤다 한다.

해변까지 온통 시커먼 현무암 덩어리라, 꽤 먼 지점에 위치하는 에트나 화산이 일으킨 폭발 위력은 여간 대단치 않았음을 실감케 한다. 

지금도 그 정상에서는 계속 연기를 뿜고 있다.

이런 데 사는 사람들 심정이 어떨까 싶다. 요새야 예보 시스템이 잘 가동한다 하지만, 그 예보가 폭발을 막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제 타지 생활 두 달을 넘기니 몸이 곳곳에 이상징후를 보이는 느낌이 있는 데다,

지난 두 달 하도 싸돌아다닌 여파도 있어 숙소에 쳐박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노르만 성채


어젯밤은 심장 이상이 아닌가 싶은 징후까지 있어 이러다 시칠리서 불귀의 객기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찔함도 잠시 느꼈다. 

오늘도 저 코스만 돌고는 곧바로 숙소로 들어와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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