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HESIS

한글 해부학 교재 발간, 한글 발명에 버금하는 한국문화사 혁명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5. 15. 17:36
반응형

해부학 전 3권. 국가유산청 제공

 
이전에 신동훈 교수께서 논했다 기억하는데 서구에서 근대의 기치를 쏘아올린 양대 산맥은 코페르니쿠스 지동설과 베살리우스의 해부학이다. 

저 주장을 담은 책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출간되었다고 기억하거니와, 그로부터 조선의 근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조선후기 이른바 북학파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서양 근대 과학을 접한 사람이 있고, 그것을 수용하고자 한 사람도 있지만, 전반으로 보아 조선은 19세기 후반까지도 까막눈에 가까웠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저런 움직임이 무척이나 빨랐으니, 해부학만 해도 나가사키 항구를 통해 네덜란드 의학을 직수입해서 그것을 일본화한 교재까지 벌써 출판한 터였다.
 

해부학 제2권 구강.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이 그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예고한 해부학(제중원 한글의학교과서)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과학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던 시절, 아니 더욱 정확히는 그런 움직임이 본격으로 상륙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시절, 한국 의학도 이제 서구 근대 과학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인 까닭이다.

이 해부학 교재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예고하면서 국가유산청은 "근대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에서 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로, 당시 세브란스 병원의학교와 여러 선교 의료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고 하면서 상술하기를

서양 의학이 국내에 도입되던 초기 교육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자료로, 인체 구조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근대 의학 교육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근대 의학 교육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중요한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해부학 제1권 세포. 국가유산청 제공

 
고 평했거니와, 저 교재 발간은 실상 저보다 더 중요하다.

갑오개혁보다, 조선왕조 패망보다 더 극한 의미를 두어야 하는 사건이다.

해부학의 해자도 모르던 그 조선이, 해부학이라 해 봐야 침 놓을 자리나 그려놓은 그 무식한 인체도밖에 모르던 조선에 마침내 그 내부 장기구조까지 환히 들여다 보게 되었으니, 더구나 그것이 한글로 발간되었으니 이것이 혁명 아니고 무엇이랴?

우선 이 교과서는 전 3권으로 분량 혹은 구성이 방대하며 해부학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번안물이기는 하지만, 조선 과학이 언제 이런 시절 근처에나 갔던가?
 

해부학 제1권 경퇴 흉퇴 요퇴. 국가유산청 제공

 
제1권에서는 뼈대와 근육과 같은 인체 기본구조를 중심으로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 원리를 설명하고, 제2권에서는 심장·폐·소화기관과 같은 주요 장기의 기능과 생리작용을 다루었다.

제3권에서는 신경계와 감각기관을 포함해 인체의 작용과 반응 체계를 종합했으니 이것이 진짜 혁명 아니라면 무엇이 혁명이란 말인가?

나아가 이 교과서는 의학 용어를 한자나 외래어에 의존하지 않고 ‘염통(심장)’, ‘밥통(위)’과 같은 순우리말로 쉽게 풀어 설명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해부학 제1권 속지. 국가유산청 제공

 
이를 통해 근대 의학 지식이 우리말로 번역되고 대중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20세기 초의 한글 표기법과 음운 변화까지 확인할 수 있어 국어사적으로도 귀중한 자료이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육중하게만 가르치고 배웠다. 

저 해부학 도입 역시 육중하다. 진짜로 육중하다. 그 육중함을 제대로 우리는 배우기나 했던가? 

나는 저 해부학 교과서 발간이 세종에 의한 한글 발명만큼이나 한국문화사 획기를 이루는 사건이라고 본다. 

저 해부학 발간으로 동의보감은 장롱에 쳐박히게 되었다.
 

해부학 제3권 후경골동맥. 국가유산청 제공
해부학 제3권 신경. 국가유산청 제공
해부학 제2권 신경. 국가유산청 제공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