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文王과 文汪의 경우

텍스트에 따라 저 두 가지 표기가 혼용되는 같은 인물이라
전자라고 하면 흔히 상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군주의 시호를 연상하기 쉬우나
저 두 가지 표기로 등장하는 인물은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와 그의 정비 문명태후 소생인 아들로
훗날 죽어 문무왕이라는 시호를 받는 김법민과 죽어 태대각간에 추증되는 김인문의 동부동모 동생이다.
아버지가 왕이 되기 전 당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될 적에 아버지를 수행해 들어가 숙위학생인가로 눌러앉기도 한 중국통이다.
이런 전력은 형 김인문과 아주 비슷해서 문왕 역시 인문처럼 중국말을 아주 쏼라쏼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텍스트에 따라 저이는 저 두 가지 표기가 혼용하지만 文王이 많고 文汪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글타면 어느 쪽이 그의 진짜 이름인가?
첫째 사용빈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文王일 것이요
둘째 그 텍스트 등장 시점을 기준으로도 가장 오래된 것이 역시 文王이라
이를 근거로 文王이 옳다는 사람이 있다.
중국정사조선전 역주자도 저리 말했다.
하지만 틀렸다.
文汪이 옳다.
왜인가?
모든 텍스트는 거듭하는 필사 혹은 인쇄 과정에서 A라는 본래하는 글자가 B로 바뀌는 일이 허다하니, 그 중에서도 모양이 비슷할 때 이런 일이 아주 자주 일어난다.
이 경우 흔히 서지학을 전문으로 한다는 이들도 곧잘 실책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근거가 바로 저 두 가지다.
첫째 사용빈도가 많아 해서, 그리고 그 이표기가 등장하는 텍스트 생성 시점을 기준으로 빠른 쪽이 본래 텍스트라는 신념에 따라 저리 판정한다.
예컨대 저 文王 혹은 文汪만 해도, 현재 우리한테 주어진 자료에 의하는 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삼국사절요, 동국통감 같은 데 모두 등장한다.
저 중에 삼국사기가 편찬 연대 기준으로 가장 빠르다.
이에 따라 흔히 삼국사기를 기준으로 그에 등장하는 文王을 지목해서 그것이 원전이라 간주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조심할 것은 삼국사기라 해도, 어느 시점에 나온 판본이냐를 따져야 하니, 후대에 나온 삼국유사 이하가 외려 더 오래된 판본일 수도 있다.
나아가 삼국유사 이하 후대에 나온 텍스트들이 삼국사기가 인용한 것과 같은 원전을 봤다 하는 근거도 없다.
비록 편찬 시점은 다르지만 각기 다른 원전을 베꼈을 가능성도 얼마든 있다.
그렇다면 왜 文王보다는 文汪이라 하는가?
이에서 우리는 교감학 법칙 혹은 원칙을 세워야 한다.
1. 모양이 (아주) 비슷한 글자가 서로 상충하는 같은 대상 다른 표기 중 쓰임이 현저히 낮은 특수 글자가 원전이다.
2. 모양이 (아주) 비슷한 글자가 서로 상충하는 같은 대상 다른 표기 중 모양이 훨씬 복잡한 글자가 원전이다.
3.특히 상충하는 두 글자가 발음까지 같거나 (아주) 비슷할 경우에도 앞 두 원칙에 따른다.
文王과 文汪의 경우 핵심은 王과 汪이라, 두 글자는 글자 모양도 비슷한 데다(삼수변이 있고 없고 차이일 뿐이다) 발음까지 같다! (물론 저 발음이 삼국시대로 돌아가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 차이는 거의 없다.)
王은 그때나 지금이나 쓰임이 아주 많다! 얼마나? 졸라리 많다.
그에 견주어 汪은 그때나 지금이나 쓰임이 아주 한정한다.
汪이라는 글자 몇 번이나 봤나?
한적漢籍으로 밥 먹고 산다는 사람들도 저 글자는 알아도 생평 몇 번 보지도 못하는 글자다.
그만큼 쓰임이 아주 한정된다.
그렇다면 왜 저와 같은 교감 원칙을 나는 제시하는가?
필사 혹은 인쇄를 거듭하면서 거의 필연적으로 간소함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汪이라는 본래 텍스트를 훗날 王으로 쓰기 쉽겠는가? 아니면 王이라는 글자를 汪이라는 글자로 쓰기 쉽겠는가?
볼짝 없다. 텍스트 흐름은 汪에서 王이지, 반대로 王에서 汪으로 흐를 가능성은 없거나 거의 없다!
저를 간략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필사나 인쇄나 같은 흐름을 따라 간다.
쓰는 사람도 그렇고, 특히 활자나 목판에 새긴다 할 때 삼수변이 있고 없고는 얼마나 품을 줄이는가 하는 문제랑 연동한다.
아예 삼수변 빼어버리면 만사가 형통한다.
간단히 文王과 文汪의 경우, 후자가 본래 이름이다!
이 경우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文王으로의 축약 이유는 바로 文王이라는 표기가 갖는 익숙함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침 중국사 아주 유명한 역사상 인물 시호가 바로 文王이라, 본래 이름은 文汪이지만 무의식 중에서도 文王으로 이끌리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본능이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 없다.
文王이 옳을 수도 있다.
이 예외성은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논제로 넘어가기 전 저 친구가 심지어 文正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이 표기는 王와 글자 모양이 비슷해 빚어진 착란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