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통신] 와이파이, 그리고 헤러티지 DB
나야 년 단위로 한번 바람을 쐬는 정도지만, 이런 간헐하는 찾음에서도 무슨 변화 같은 것을 감지하기는 하는데, 개중 하나가 와이파이라
내가 지금껏 돈 데가 아테네를 시발로 크레타 섬에 이르는 에게해 섬들이라,
물론 내가 찾은 데가 관광객이 많은 데라는 특징이 있어서이겠지만 놀라운 점이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데가 없다는 사실이다.
하도 관광객들이 와이파이를 물으니, 이제 그 서비스를 하지 않는 가게는 생존에서 도태되는 시대니깐 이러긴 할 것이라 상상해 본다.
내가 거친 곳들은 외려 이 서비스에서 한국보다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해외데이터로밍을 해오긴 했지만 현지 유심칩을 구입할 작정이었지만,
이런 사정을 모른 첫날 둘째날만 데이터 소비가 많았지 이후에는 도로주행을 위한 구글 내비 말고는 실상 데이터 소진이 많지 않다.
주요 유적, 주요 박물관 등지에서는 아예 공용 와이파이 서비스를 한다.
그만큼 이 서구사회도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거대한 사회변화에 휩쓸려 간다고 보면 되겠다.
내가 항용하는 말이지만 한국은 언제나 시작은 빠르다.
왜? 과거 피식민을 경험한 까닭에 남들이 좋다는 건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먹히고 만다는 절박감이 어느 정도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이 문화재업계에서도 유뮬 DB였다.
이 분야 종사자들이 다 기억하겠지만 이 분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대대적으로 손을 댔다.
그렇게 한지 20년이 흐르고 3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우리 서비스는 맨꼬바리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구미 제국을 보면, 저들의 시작을 보면 저렇게 해서 언제? 했지만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그 진척한, 혹은 구축한 질과 양을 보면 기가 찬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박물관 저런 서비스들 보라.
웬간한 유물은 모조리 DB 구축이 끝나고 무엇보다 그 내실을 보면 정말로 혀를 차게 만든다.
사진 도판도 한두 장이 아니라 똥구녕 바닥은 물론이요 3d까지 제공하는가 하면, 기본이 사진만 해도 열 장이며,
무엇보다 영어권이야 그럴 이유도 없겠지만 비영어권도 보면 다 영문서비스를 한다.
우리? 열심히 한다 했다. 요새는 사정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사진 해상도 꽝인 데가 여전히 열 개 중 아홉개이며,
그에다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 놈들은 사진마다 지들 워터마크를 찍어서 가뜩이나 도판 더러븐 그 사진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놨다.
뭐 지들이야 할 말이 있겠지만, 이 부분도 외국 사례를 보면 그런 워터마크는 흔적도 없고 대신 그 기술문에서 사진 저작권을 명시하고,
나아가 그 사용범위를 안내하거니와, 그 출처만 밝히면, 또 아주 상업용이 아니라면 어디서건 사용하게 만들어 놨다.
시작을 요란했으나 언제나 결과물은 흐지부지한 데가 대한민국이다.
요란스럽게 시작해서 제대로 결과물 나오는 데를 못봤다.
우리도 각 기관별로 열심히는 만들었는데 그나마 전부 한국어다.
그 한국어 미안하나 구글 자동번역도 안된다.
하도 지들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헛소리들 전문용어라는 이름으로 뇌까린 까닭이다.
그나마 여러 사정상 문화재청에 견주어 예산조달 등에서 한참이나 뒤지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저 서비스, 특히 영문서비스에서는 장족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국가유산청이다.
이 놈들 기본 서비스는 답이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