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이빨 하나가 고대 그리스 농업 100년 묵은 논쟁 해결?
by 플린트 디블Flint Dibble,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고대 그리스에서 농업 경제는 부의 근간이었다.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다.
포도주를 마시는 소규모 모임에서부터 장대한 규모의 제사 축제에 온 공동체가 함께하는 모습까지 다양했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은 이러한 초기 축제 중 하나인 100마리 소를 구워 먹는 공동 바비큐에 참여한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에서 음식이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했는지 인식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바로 고대 그리스 축산업 체계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사육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거의 한 세기 동안 학계는 고대 그리스의 축산 방식에 대한 논쟁에 휩싸였다.
한쪽 극단에는 목초지를 찾아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대규모 반유목 가축 떼가 있다.
다른 한쪽 극단에는 일상적인 농장 생활에 통합되어 지역 밭과 작물 부산물을 먹고 사는 소규모 가축 떼가 있다.
다시 말해, 동물들은 이동식 목축 시스템mobile pastoral system 일부였을까, 아니면 작물과 가축을 함께 기르는 혼합 농장mixed crop-and-livestock farms에 밀접하게 얽혀 있었을까?
나는 여러 분야 고고학자 및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과 함께 크레타 섬 아조리아Azoria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그리스 세계 최대 규모 동물 유해를 분석함으로써 이 논쟁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에 발표되었다.
초기 역사가들이 고대 그리스에서 동물을 어떻게 기르고 작물을 어떻게 재배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처음 제기했을 때, 반유목 집단이 관리하는 대규모 양과 염소 떼는 오늘날 그리스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가축 떼는 계절에 따라 목초지를 찾아 여름에는 고지에서 겨울에는 저지대로 이동했다.
미국의 지리학자 엘렌 처칠 셈플Ellen Churchill Semple의 저서 『지중해 지역의 지리: 고대 역사와의 관계The Geography of the Mediterranean Region: Its Relation to Ancient History』는 고대 그리스에도 이러한 계절적 목축이 존재했음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학파는 경제에 대한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
고고학자 폴 할스테드Paul Halstead는 여러 논문과 2014년 저서 『두 마리 소를 앞세우고서: 기계화 이전의 지중해 농업Two Oxen Ahead. Pre-Mechanized Farming in the Mediterranean』에서 노인 목동과 농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축들이 주로 농장에 딸린 소규모 무리로 사육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축들이 주로 휴경지fallow fields나 인근 거친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 먹거나, 자신들을 위해 재배된 사료 작물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 모델에서는 식물과 동물이 통합적으로 이용되었다.
수십 년 동안 학계는 이 논쟁의 양측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고대 그리스 가축의 식단과 이동 방식을 직접적으로 조사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학과 역사의 만남
동일한 화학 원소의 여러 형태, 즉 질량이 약간씩 다른 동위원소를 측정하는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stable isotope analysis을 통해 연구자들은 고대 그리스 유적에서 발굴된 동물 유해를 이용해 기존 가설들을 검증할 첫 번째 기회를 얻었다.
고대 뼈와 치아에 보존된 동위원소 혼합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과학자들은 동물이나 사람이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심지어 어디에 살았는지에 대한 단서까지 얻을 수 있다.
이는 음식과 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내에 화학적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원자는 중성자 수에 따라 질량이 다른 여러 동위원소를 지닌다.
따라서 고고학적 유해에서 다양한 동위원소 양을 분석하는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은 동물(또는 인간)의 구성에 영향을 미친 요소(음식, 물, 공기)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공할 수 있다.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 비율은 고대 동물들이 섭취한 먹이 종류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산소 안정 동위원소 비율은 치아 에나멜 성장의 계절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한 동위원소 분석을 결합함으로써, 농목축 논쟁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고 동물의 계절별 식단을 평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동물에 이러한 기술을 처음 적용했을 때는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비용과 샘플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Knossos 나 그리스 북부의 아르길로스Argilos 같은 유적에서는 소수 동물만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하나의 모델이 아닌 다양한 축산 방식이 이러한 유적에서 분석된 샘플에서 확인되었다.
그러나 샘플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고대 그리스에서 다양한 농업 방식이 혼합되어 동물을 사육했다는 사실 외에는 확고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더욱이 이러한 혼합 방식이 고대 경제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는 불분명했다.
크레타섬 아조리아 유적에서 진행된 우리의 연구는 50마리 양과 염소를 분석해 이 두 가지 상반된 가설을 명시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설계된 최초의 연구다.
https://www.youtube.com/watch?v=mn_51q5mTM8
상반된 가설 검증
아조리아는 여러 면에서 초기 도시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된 경제를 연구하기에 이상적인 유적이다.
이 도시는 기원전 5세기 초, 고전 시대(기원전 510~323년경)가 시작되기 직전에 갑자기 버려졌다.
이러한 버려짐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단면을 제공하는데, 사람들은 쓰레기(풍부한 동물 및 식물 유해 포함)와 부피가 큰 도기를 남겨두고 떠났다.
온전하게 보존된 도기 유물들은 다양한 건물과 방의 기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언덕 꼭대기 부근에는 공동 식당을 포함한 여러 공공 건물이 있다.
이곳에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연회를 즐기고 당면한 문제를 논의했다. 아래쪽 테라스에는 엘리트 시민들 주택 몇 채가 있다.
이 공간에서 발굴된 20만 점이 넘는 동물 유해를 분석한 결과, 가정 식사와 공동 연회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분석 결과, 가정과 공동 식당에서 같은 연령대 동물이 소비되었는데, 주로 염소였고 그 다음으로 양, 돼지, 소 순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연회 음식 준비 방식이 가정과 달랐다는 것이다.
전문 정육업자(아마도 제사 담당 사제)들이 식칼을 사용해 연회용 고기를 잘게 다진 반면, 가정에서는 일반 칼로 고기를 썰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같은 동물이 두 종류의 식사에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위원소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에서 먹은 동물의 탄소 동위원소 값은 같은 치아의 여러 지점에서 측정한 산소 동위원소 값과 일치하는데, 이 값은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이는 해당 동물들이 주로 인근 농장에서 길러졌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을 먹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공공 연회에서 소비된 동물들은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 탄소 동위원소 값이 산소 동위원소 값과 차이를 보이는 정반대의 패턴을 나타낸다.
이러한 패턴은 여름에는 고지대, 겨울에는 저지대로의 이동을 시사한다.
다른 동물들은 탄소 동위원소에서 평탄한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그들이 연중 내내 특별히 재배된 사료 작물을 섭취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결과는 고대 그리스 식량 경제가 학계에서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했음을 보여준다.
동물과 식물을 함께 또는 따로 기르는 것 외에도 두 가지 전략이 모두 존재했다.
또한, 조직적이고 전문화한 공동 가축 관리를 통해 모든 시민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대규모 공공 제사가 도시 국가의 정치적 통합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결론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를 형성한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그들은 서로를 지원하고 먹여 살리기 위해 협력했다. 연회와 정치 생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먹는지뿐만 아니라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도 정의된다.
More information
Flint Dibble et al, The agropastoral debate in contex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nsumption and management of animals at Azoria on Crete,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2026). DOI: 10.1007/s12520-026-02512-7
Provided by The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