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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서점에서 적출한 괴테, 그리고 이탈리아 기행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2. 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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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집에선 코 닿을 지점인 용산역 인근으로 간만에 행차할 일이 생겼으니

마침 찾은 데가 그 인근 뿌리서점이라는 중고서점이라

책을 사고 읽은지 십년은 넘은 듯한 시절이 계속되지만 오늘은 반드시 이 서점 들러 설립자 근황 묻고 언제 읽을지는 모르나 그래도 간 인사는 해야겠기에 저 괴테 이탈리아 기행 전 2권을 짚었으니

젊은 사장님 오천원만 달라기에 기왕이면 현금이 좋다 해서 배추이파리 하나 꺼내들고선 대금 치룬다.

같은 책 같은 독자라도 시절에 따라 쓰임이 다르기 마련이라 저 기행을 나는 여행 답사기 겸하고 역사서라는 생각을 하고 골랐다.

저 기행 또한 서재 어딘가엔 분명, 것도 혹 같은 판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들 어떠랴? 단돈 오천원 햄버거 하나 사먹은 셈 치면 된다.

저 괴테는 실은 가는 데마다 밟혀서 꼭 저짝 고고학 혹은 미술사 혹은 건축사를 논할 때면 논자들이 매양 끌어대는지라

날짜별 그가 밟은 이탈리아 고장에 대한 증언이라 그 역사성이라는 측면에서 실은 기행문학보다 나한테는 이 점이 중요하다.

저걸 사들고 신용산역에서 불과 버스 두 정거장에 지나지 아니하는 귀가길에 아무데나 펼쳤더니 시칠리 타오르미나이고 마침 그 중심이 그곳 로마 원형극장이라 그를 디디고 기술하는 주변 풍광이 나한테는 무척이나 친숙했으니

불과 이태전에 내가 딛고 선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서서 기술하는 주변 풍광, 그리고 그에서 움직이는 동선이 내가 밟은 그 코스랑 하등 다를 바가 없었으니 250년 시간 간극을 두고서 나는 또다른 괴테가 되어 있으니 이 묘한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책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바가 이런 것들이기에, 나아가 날짜별 기행이기에 저 여행기는 내가 처음부터 따를 필요가 없고 내가 필요한 곳마다 바로 건너뛸 수 있으니 나처럼 독서에 구미를 더는 잃은 사람들한테는 제격이라 하겠다.

나도 군데군데 필요한 곳마다 장기적출하듯 괴테를 적출하며 내가 괴테를 끌어다댄다는 지적 허영도 가끔 자랑해보고자 한다.

그건 그렇고 괴테가 이탈리아 장기 여행을 감행한 때가 조선 정조 연간이라 같은 시절 두 지역 지식인 사회도 새삼 음미하며 대조해 보려한다.

괴테(1749~1832)에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나 다산 정약용(1762~1836), 혹은 풍고楓皐 김조순金祖淳(1765~1832) 정도를 얹어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고 보니 괴테가 열여섯 살 아래인 풍고랑 같은 해에 갔구나.

하긴 저 괴테 형이 오죽 장수했어야지?

장수하니 유명해진 거 아니겠는가?

오래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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