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독설고고학] 갈돌 갈판을 보면서 우리가 물어야 하고, 고고학도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들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9. 1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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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막론하고서 세계 어느 박물관이건 가장 자주 만나는 유물로 이만한 것이 없다. 

갈돌과 갈판 세트다. 

대전시립박물관 부설 대전선사박물관(둔산동 소재)에서 상설 전시하는 유물로 카탈로그에 의하면 대전 용산동 출토품이라 한다. 

시대로 보면 신석기 아니면 청동기일 것이다. 

판대기를 깔고서 저 봉대로 무엇인가를 갈았다. 

한국고고학의 경우 저런 갈돌 갈판이 신석기 이래 청동기시대를 거쳐 놀랍게도 현재까지도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한다. 

재료가 변했고, 그에서 갈아대는 재료 또한 시대에 맞춤하는 옷을 입었을 뿐이다. 

저 갈돌 갈판이 왜 중요한가?

바로 저에서 그 시대 사람들이 먹고 기댄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단단한 것을 깨고 쪼개서 가루로 만들어 무엇인가를 해 먹었다는 말이다. 

자고로 고고학이라면 저런 유물을 대하면 과연 우리 조상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가 궁금해야지 않겠는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 돌틈에 끼어있을 소위 잔류물residue를 분석해야지 않겠는가?

쇠를 갈아드셨다면 쇳가루가 남았을 것이요, 콩을 갈았다면 콩가루가 묻었을 것이며, 도토리 묵을 해자셨다면 도토리 가루 흔적이 남지 않았겠는가?

이런 것이 궁금하지 않느냐 이거다. 

이것이 고고학적 물음 아닌가? 

저런 갈돌 갈판이 도대체 몇 점이나 출토했는지 모를 정도로 부지기에 이른다. 신석기 청동기시대 마을 유적을 파면 꼭 빠지지 아니하는 유물이 저것이다. 

수천 점, 수만 점이 출토했을 저 갈돌 갈판이지만 그 어떤 고고학도도 저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것을 어찌 알 수 있는가?

단 한 놈도 저 잔류물을 검사할 생각을 아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리 말하면 누구나 다 궁금해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고고학도라면 누구나 다 궁금했다면 저런 유물이 나오기만 하면 깨끗이 물질 붓질 박박해서 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물론 그것이 보존된 사정에 따라 잔류물 검사를 한다 해도 아무것도 안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 갈돌 갈판은 워낙 출토하는 양이 많고, 우리가 지금껏 그런 부분들을 놓쳤다 해도 지금 이 순간 어느 발굴 현장에서는 툭 튀어나오는 물건이니 그런 것들 지금이라도 모아 열 점이라도 깡그리 분석한다면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 그런 의문의 일단이 왜 풀리지 않겠는가?

또 말하지만 한국고고학이 뻘짓을 하는 이유는 분석비가 없어서도 아니요, 땅이 강산성이라 유기물이 쉬 없어지기 때문이 아니면 오직 그 이유는 하나로 수렴하거니와 의문이 없기 때문이다. 

저런 유물을 만나면 대뜸 저걸로 무얼 갈았을까를 묻는 데서 고고학적 물음은 시작하고 그에서 고고학이 싹이 비로소 튼다. 

저 궁극하는 물음을 팽개치니, 그에서 편년이며 양식이니 하는 독버섯이 자라난다. 

고고학도를 떠나 인간이라면 자고로 물어야 하는 저런 기분하는 의문과 궁금을 버린 자리에서 무슨 학문이 싹튼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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