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바닷속 경주 태안 마도 해역, 5호선으로 재시동 거나?

"경상도의 조운선漕運船 16척이 안흥량安興梁에 이르렀다가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 (태조 4년 을해[1395] 5월 17일[기유])
"밤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 전라도 조운선漕運船 66척이 침몰했다. 익사한 자가 200여 인이고, 물에 빠진 쌀과 콩이 모두 5800여 섬이었다. '충청도에서 조운할 곡식은 모두 면천沔川에 실어 나르기 때문에 안행량安行梁을 거치지 않지만, 전라도 조운만은 반드시 이 안행량을 거쳐야 합니다.'"(태종 14년 갑오[1414] 8월 4일[갑진])
실록에서 안흥량 혹은 난행량難行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걸려드는 이 일대 난파 소식이라, 저와 같은 사건사고가 줄을 잇는다.
그만큼 안흥량, 곧 지금의 태안 마도 해역은 난파 다발 지역이라, 도대체 몇 척이나 수장되었는지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다.

실제 2000년대 접어들어 한국고고학 역시 본격하는 해양고고학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해역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으니, 마도 해역만 해도 인양된 선박을 기준으로 벌써 4호를 헤아린다.
그런 까닭에 언론에서는 이 마도 해역을 바닷속 경주라는 타이틀까지 붙여가며 흥행을 부채질을 했으니 나 역시 그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래 솔까 나로서도 장사 잘 해먹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이 빠진 고선박 숫자 치고는 근자 들어서 눈에 띄게 새로운 고선박 발견 소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를 염두에 두고선 이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라는 기관까지 출범한 국가유산청으로서는 실은 좀 곤혹스럽다.
저 숫자대로라면 1년에 두 척씩만 건져내도 백년을 먹고 살 거리가 있다 할 만해야 한다.
물론 저리 침몰한 모든 선박이 그대로 바닷속에 남아 있기야 하겠는가?
무수한 난파선은 흔적도 없이 휠쓰려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혹 알 수 없잖은가? 그 선박 목재 일부는 베트남 해변에 가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저런 난파선은 인양한 것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 해저에 남아있는 것은 실은 그 사실 자체도 물론이고, 무엇보다 위치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 필연으로 도굴을 부를 우려가 있는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저런 난파선으로 아직 인양이나 조사하지 않은 데가 많을 줄로 나 역시 알았다.
하지만 여러 경로로 수소문을 해 보면, 올해 인양 조사에 들어갈 마도 5호선 말고는 뚜렷한 추가 난파선 징후를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신안선 발견 인양을 기준으로 올해가 마침 한국 수중고고학 시작 50주년이라 하는데, 그나마 마도 5호선을 아껴뒀기에망정이지 하마터면 이 뜻 깊은 해에 새로운 인양도 없이 넘길 뻔했다.
아무튼 해양유산연구소가 오늘 막 올해 제12차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실시를 알리면서 마도 5호선이라고 명명한 해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다만 마도 5호선이라 하지만, 난파선이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꽝 날 공산도 없지 아니하니 연구소에서는 ‘추정 마도 5호선’이라는 가명을 붙이고선 그 실체 구명에 나서기로 했다 한다.
이번 조사 구역 대상을 그럼에도 저리 보는 까닭은 무엇보다 지난해 이곳에서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이 발견되고 아울러 그 유물들을 볼 적에 대략 12세기 중반에 침몰한 고려 선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이번 조사에서는 이 선박 잔해가 남아 있다면 그 구조와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고자 한댄다.
이런 예고를 보면 선박 잔해가 확인된다 해서 올해 당장 인양까지는 착수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아울러 올해까지는 저 추정 5호선으로 먹고 산다 해도, 그 이후 먹거리가 부족하니, 올해는 저 조사와 더불어 이 해역에 대한 음파 탐사를 통해 이미 확인한 해저 이상체 반응 지점들을 중심으로 추가 수중유산 또는 고선박 존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잠수 조사도 벌이는 한편 이 해역 내 유물 집중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정밀지표조사도 벌인댄다.
부디 향후 몇 십 년은 울거먹어도 끄덕 없을 풍성한 사전 탐사 조사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