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몰라요, 최불암? 잘 몰라요, 김태식? 웬 듣보잡?"
국립중앙박물관장 유홍준이 밥상 스캔들로 한창 주가를 올리며 오늘 짤리느냐 내일 짤리느냐 백척간두에 선 날이다.
동네 남영동 단골 커피숍이 있다.
나랑 비슷한 연배일 여사장님은 저 연배 중산층 여성이 거개 그렇듯이 쉬는 날은 친구들이랑 어울려 미술관 다니기 좋아하신댄다.
물었다.
"혹 유홍준이라고 아십니까?"
"몰라요. 누구에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못 들어보셨어요?"
"네."
어이가 없었지만, 이 말만 하고 대화 문을 닫았다.
"곧 짤려요."
조금 전 새벽 집 앞 편의점을 갔다.
매번 보는 친구가 오늘도 알바 중이다.
"최불암 선생 돌아가셨다는데 최불암 선생은 잘 아시겠죠?"
"몰라요."
하긴 젊은 세대한테 최불암이 얼굴은 알아도 친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물관이며 발굴현장이며 하는 문화재 현장에 가끔 나간다.
이제 김태식을 기억하는 사람은 중고참 이상들뿐이다.
그래 내가 어찌 저런 사람들과 유명세를 견줄까마는 그래도 적어도 문화재로 밥 빌어먹고 산다는 사람들한테 김태식이라는 이름은 한때 누구나 아는 이름이었다.
요새 가끔 현장에 나가면 나를 아는 중고참들이 보통 이런 식으로 젊은 친구들한테 소개하곤 한다.
"그 유명한 김태식 기자님이셔."
그 말을 듣는 젊은 친구들은 누구나 웬 듣보잡 늙은이? 하는 떨떠름한 표정 일색이다.
그들이 어찌 김태식을 알겠는가?
이미 퇴직한지 3년이요, 현장 기자질을 그만둔 지 11년이나 흘렀으니 말이다.
한때 요란스럽게 살아도, 그리하여 적어도 그 분야에선 이름이 한때 이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라져간다.
그래서 (거의) 언제나 누가 죽었다는 부고는 늙은이들 노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