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했어야 하나 아무도 하지 않은 일에 나선 첫 해, 새해 인사를 대신하여

좀 이른 퇴직을 결정하고서 2023년 10월 17일 연합뉴스를 뛰쳐 나오고선 대략 일년은 논다는 생각이었고 실제 그리 했다 본다.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생각까진 없진 않았으니 첫째 자리는 탐하지 아니하며 둘째 민폐는 끼치지 아니하고 셋째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찾자는 아웃라인은 분명했거니와 돌이켜 보니 지난 2년이 나한테는 얼추 그 비슷하게 나를 다잡아간 시기라 본다.
31년 기자 생활을 놓았으나 그렇다고 내가 그런 글쓰기 말고선 뚜렷이 다른 일을 할 재주도 없고, 그나마 잘할 만한 일이라 해서 고른 일이 이 길이다.
이 일을 최종 결심하기는 2023년 연말에서 올해 초로 이어진 3개월에 걸친 유럽 방랑이었으니, 그 여행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새삼 각인한 시기라 해 둔다.
한국고고학에 갖은 독설이라는 독설을 다 쏟아내는 나를 두고 기성 고고학계가 어찌 바라볼지는 내가 어느 정도 짐작은 하거니와,
그렇다고 내가 한가롭게 그네들한테서 상찬을 받는 길을 걸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보다시피 나만큼 고고학에 미친 인간 나는 만나지 못했다.
물론 그네들도 각기 고고학을 한다 하겠으나, 나는 다른 방식으로 고고학愛를 구현하려 했으니,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국고고학이 탑재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새삼 짚어야 했으니, 누누이 이야기했듯이 나는 작금 한국고고학은 고고학이 아닌 점쟁이들 집합소라 본다.
무엇보다 그네들은 과학을 포기하고선 점성술 영역으로 들어선지 반세기, 길게 잡으면 백년이라
그에 빠져 허우적대며 그네들 자신 탑재한 문제가 무엇인지 다들 안다고는 하지만, 바라보는 내 눈에는 그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으니,
무엇보다 나는 저 점성술로 빠져든 한국고고학에 조금이라도 충격파를 가해야 한다 생각하며 그를 위한 일방편으로 앞서 말한 저것, 곧,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
이것이 절박하다 생각해 그에 온몸을 불사르기로 했으니, 그것이 최신하는 세계고고학 흐름을 소개하는 일이라
나름 이에다가 지난 1년을 쏟아부어 보니, 보람도 없지는 아니한 듯하고,
또 다른 무엇보다 이것이 내가 30년을 투자한 기자생활 그 새로운 모습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 해서, 안착한 상태가 지금이다.
이 일은 체력이 허용하는 한 계속할 생각이다.
다만 이 일은 좋게 보면 순수 열정이라, 열정이라 함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거창한 부를 축적한 사람도 아니요, 요새 한창 화제가 된 서울에서 자가를 갖추고 대기업에 다니는 부장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와,
이 생계 문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사람이 남편이 직장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고선 이른바 경단녀 생활을 청산하고선 다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천지사방 뛰어다니니, 이 모습이 몹시도 안쓰럽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은 해 둔다.
이것도 욕심 내면 낭패 보기 십상이겠지만, 2026년 혹은 그 이후 언젠가는 내가 하는 이 일이 돈도 되었으면 하는 생각 혹은 소망도 해 본다.
그래 맞다. 이 일이 마냥 좋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돈도 버는 일이었으면 싶다.
그래서 나도 적어도 기자 한 명은 두고서 같지도 않겠지만 고고학 혹은 문화재 전문 언론사 하나 어엿하게 초석 하나 닦아봤으면 싶다.
갖은 독설에 눈쌀 찌푸리는 독자가 많다는 사실이 언제나 마음은 걸리나, 그렇다고 내가 각중에 착해져서 좋은 말만 늘여 놓을 수는 없다.
그런 독설까지 참아가며 인내한 독자들께는 송구한 마음이 크지만, 새해라 해서 그런 독설이 멈출 리는 없을 테니, 이 점은 계속 독자로 남을 각오를 하신 분들은 저 놈은 원래 그런 놈이니깐 하고 넘기시면 된다.
아울러 AllaboutHistory는 이미 김태식 개인 언론을 넘어선지 오래다.
맹렬히 활동하시는 신동훈 박사도 계시고, 요새 다른 필자들은 활동이 뜸하지만, 이런 분들도 다시금 끄집어 내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게끔 하며,
아울러 새로운 필진도 계속 발굴해서 우리 또한 저 phys.org 혹은 라이브 사이언스 못지 아니하는 과학 통신, 문화재 통신, 고고학 통신으로 확대 개편하고자 하는 열망도 품어본다.
역시나 버겁기만 했을 2025년을 견디고 예까지 오신 독자 여러분들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2026년 새해에는 만복이 만발하며 흩날리다 산화하는 사쿠라라 꽃잎처럼 펼쳐졌으면 한다.
2025년 12월 31일 오전, AllaboutHistory를 대신해 편집인 김태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