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같은 자리 같은 모습 지키는 수서隋書 물끄러미 바라 보며

앞서 신동훈 선생께서 거질은 젊어서 읽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거니와
문제는 그런 젊은 시절이 한참 지나 다 늙어서야 선보인 저런 책은 어찌하느냐가 아니겠는가?
그래 젊은 시절엔 중화서국 표점본 갖다 놓고 완독을 시도하지 아니한 것도 아니나
사서라 그런대로 그 대의를 따라가기는 한다지만 번번이 막혀 좌절하는 데가 너무 많고
무엇보다 한문과 씨름하다 진이 다 빠져 이내 중단하고 말았으니
그러다 어찌하여 요행히 그 완역본이 나왔대서 올커니 때는 왔구나 하며 잽싸게 구득했으니
문제는 개중 예악지 먼저 꺼내들고선 몇 쪽 읽어내려가다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으니
이후 저 수서隋書 완역본은 저 서가 저 자리 저 자세를 한 치 흐트리지 않는다.
좀 더 젊은 시절에나 나와줬다면 열전 정도는 그런대로 독파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 수서는 존속 기간이 짧디짧은 수 왕조 정사로 기획해 당 왕조가 선보였거니와 24사 중에선 짧디짧아 그렇담 나머지 사서들은 어찌할 것인가?
사기야 완역본이 일찍이 선보여 일찌감치 것도 여러 번 완독했으니 것도 역본이 있고 젊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늙어서 나오니 나와도 소용이 없다.

이 리비우수 로마사 전역 시리즈도 마찬가지라 제1권 중간에서 중단하고 말았다.

이 자치통감 완역본은 전 30권을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지금보단 젊은 시절에 나왔기에 두 번은 통독하고 이후 필요한 데는 수시로 참조했다.

이 세설신어 또한 젊은 시절 한창 학구열 불탈 때 나온지라 너덜너덜할 정도로 숙독 정독하고 거의 모든 텍스트를 다 짜개서 내 식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다 지난 시절이라 요샌 가능하지도 않고 그냥 관상용에 지나지 않는다.
젊을 때 졸라 공부해둬얀다는 말 진리다.
그래야 늙어서 랜덤피킹이 가능하다.
늙어선 그때 기억 메모 더듬어 필요한 데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