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현장

[듣보잡 사찰음식] (4) "나가 달라"는 요청을 정면 거부한 스님 문화재위원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10.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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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만당 스님. 출처 법보신문

 
당시 유형문화재와 분리된 무형문화재위는 내 기억에 세 군데 분과위가 있었거니와, 개중 내가 속한 데가 어딘지도 아리숑숑이라, 뭐 전통지식 어쩌고 했더랬다.

내가 어쩌고 하는 까닭은 이리 세분할 이유도 없는 문화재위를 잔뜩 조직만 늘쿠어 놓았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지금 문화재위(국가유산위원회) 구성도 보니 씨잘데기 없이 분과만 많다. 

한 번 임기가 2년, 나는 두 번을 했으니 4년을 했다. 그걸 편의상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겠거니와, 당연히 이 분과위에도 조계종단에서 꽂아넣은 스님이 각각 계셨다.

각각이라 하는 까닭은 달랐기 때문이다. 

전반기는 비구니 스님[진명 스님]이셨거니와, 이 분이랑 나는 죽이 아주 잘 맞아, 나보다 연배가 높아서 내가 만날 때마다 합장하며 "비구니 누님"이라 불러드렸는데, "머리 허연 김 부장이 누님 누님하니까 기분은 좋다"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반기엔 저 진명 스님이 다른 무형문화재위로 가시고, 비구 스님이 오셨으니, 전남 영광군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사찰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이셨다.

이 분 역시 나보다는 연배가 조금 높으셨으나, 또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내가 썩 연이 깊지는 아니해서 "형님 스님" 대신 그냥 스님으로만 불러드렸다.

[혹 이 두 스님 순서가 바뀔 수도 있으니, 그렇다면 기억착란이겠으나, 우야둥둥 이 사건 때 어느 스님이 위원이셨는가는 바뀔 수 없다!] 

호탕한 양반이라, 나랑은 기질로는 많이 통했다고 나는 기억한다. 

사찰음식을 국가 지정 문화재위원으로 만들어달라는 심의는 이 하반기 때, 그러니깐 만당 스님 위원 재직 시절에 있었다.

문화재위 회의는 보통 문화재청 해당 과장이 이 간사라는 이름으로 직원 두어 명과 함께 배석하는데, 올릴 안건을 보고하고, 그에 대한 보완설명을 하고, 나아가 심의 내용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심의 건에 문화재청이 가타부타 논급을 내는 일은 법률적으로는 금지된다.

그 자체만으로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아무래도 위원들도 문화재청 의견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그런 방향으로 심의 결과가 흐를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법률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럴 뿐이고, 좀 미묘한 안건들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는 수가 있다. 

기예능 보유자 건이 같은 데서 그러해서, 특히 그 후보자가 복수이거나, 단수라 해도 논란이 극심할 때는 어떻게 해달라 해서 비공식 요청이 오는 수가 있고, 또 문화재위도 골치 아픈 건은 흔히 보류를 때리지만 아예 대놓고 문화재청 생각을 묻기도 한다. 

이때 심리는 우리도 복잡하다. 문화재청 너희 생각대로 해줄 테니 말해봐라 딱 이거다.

몇 건 되지 않는 이 기예능 보유자 건으로 가장 논란이 극심했던 것 중 하나가 따로 있는데, 이 건은 관련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생존하고, 다 시퍼렇게 현장에서 활동하는 까닭에 훗날 기회를 엿보겠으나, 내가 그에 대한 중차대할 수도 있는 에피소드를 남기려면 내가 가장 오래, 그리고 성성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저 안건, 그러니깐 사찰음식을 지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심의를 하기 직전 다른 문화재위원들이 슬슬 만당 스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이건 누가 봐도 불교계 안건이고, 이런 심의에 조계종단 승려가 참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건은 분과위원장도 함부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어, 내가 넌지시 문화재청 간사(과장)한테 이야기했다. 

간단히 말하면 "이 건은 스님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니 빠지시는 게 어떠냐? 그리 요청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 건은 문화재청이 정식으로 거론하기에 이른다. 

물론 말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스님은 이 건에서는 나가 계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나는 당연히 스님이 그러마 하고 선뜻 나갈 줄 알았다. 

한데 반응이 뜻밖이었다. 

안 나간다, 못 나간다, 왜 나가는가? 

불같은 역정은 아니었지만, 또 웃으면서 말했지만, 이렇게 반응했다. 

순간 나는 와! 골치 아프게 생겼다! 이걸 우짜지? 같은 위원끼리 차마 들이받을 수는 없고, 틀림없이 무형문화재 지정해야 한다고 나설 텐데 이 사태를 어찌 한단 말인가? 갖은 상념이 오갔다. 

다른 위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는 본다. 

지정하건 말건, 스님이 있으면 다른 위원들이 의견을 말하기가 심히 곤란해지는 까닭이었다. 

 
[듣보잡 사찰음식] (3) 법복과 교수로 얼룩진 문화재위원회
https://historylibrary.net/entry/sachal3

[듣보잡 사찰음식] (3) 법복과 교수로 얼룩진 문화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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