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등, 그리고 하늘 향해 곧추 선 보주

웬간한 규격 혹은 품격을 갖춘 통일신라시대 거찰巨刹에는 있었지만, 그 온전히 전래하는 실물 자료는 드문 석등石燈이라
등불이 불교신학에서 지닌 의미를 이곳에서 장황히 논할 계제는 아니어니와
그런 석등 중에서도 표준작처럼 군림하는 이가 이 전남 구례 각황전 앞마당 석등이라, 그것을 토대로 삼은 석등 부재 명칭이다.
유의할 점은 저에 동원한 각종 부재 명칭은 근간에서는 근대 미술사 혹은 고건축 학문이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저런 명칭으로 일부 전통시대에도 사용했을 수 있고, 실제 당대 문건들을 검토하면 상당한 일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근대 학문이 구축한 명칭이라는 점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지들 편하자고 만들어낸 개념이다.
왼편 기단부니 화사부니 상륜부니 하는 구분이 대별大別이라면, 그 아래에 각기 공가 놓은 소부재들은 소별小別이라 해야 한다.
이른바 대분류 소분류라는 말이 있거니와 예컨대 영장류를 원숭이 오랑우탄 고릴라 사람 따위로 구분하는 것이 대분류라면 사람을 피부색에 따라 황인종이며 흑인종이며 백인종이며 하는 분류가 소분류에 해당한다 보면 된다.
저 명칭도 보면 웃기는 게, 한자로 쓸 것 같음 다 한자로 써야지 기단부를 아래에서 보면 차례로 지대석 하대석 받침돌 간주석 따위로 해 놓았는데, 뭐야 받침돌은?
지대석은 보나마나 地臺石일 것이니, 땅에 닿는 돌이라 해서 저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고, 하대석은 下臺石일 것이니, 그렇다면 당연히 상대석上臺石도 있어야 할 터인데 간주석을 사이에 두고 그 위에 올라가 있다.
받침돌이라 표시한 지점 돌 무더기를 상대석으로 해야 할 듯한데, 어찌하여 저리 표현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담 지대석은? 하대석은? 받침돌 아냐?
간주석은 竿柱石이라 쓰는데, 竿이 대롱 혹은 장대라는 뜻이니 저 석등을 장대로 보아 저리 쓴 듯하고, 상대석이라 표시한 지점은 실은 전체 받침하는 시설 옥개석, 곧 지붕에 해당한다.
화사석火舍石이란 불집이라는 뜻이다. 석등이니 불을 피우게 되는데 그 불을 안치하는 공간을 말한다.
화사석 몸통 부분을 보면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멍을 뚫었으니 저곳을 통해 불빛이 새어 나온다. 그래서 저걸 화창火窓이라 부른다.
불은 예외는 있겠지만 대개 밤에 피운다. 물론 요새 불교사찰에서는 사시사철 실내는 전깃불을 피우니, 부처님이라고 언제까지 조도 왕창 낮은 촛불만 쓰야겠는가?
부처님 각종 증언에 의한건대 당시로선 팔십 세 기록적인 장수를 하셨다는데 하도 촛불 등불 피우는 바람에 중년 넘어선 아마 시력 고갈에 고생께나 하셨으리라.
시대가 변했음 시대에 따라 바꿔야 한다. 전깃불 켜야 한다.

옥개석이란 屋蓋石이라, 간단히 지붕이라는 뜻이다. 지붕돌하면 된다.
저의 경우 지붕은 전체 석등 지붕이 아니라 소위 화사부만 떼어서 볼 적에 지붕이 된다.
그런 까닭에 석등은 누칸이다. 다층주택이란 말이다.
내가 볼 때 불교미술 특징은 그 대표 문화상품 연꽃을 아래위로 포갠다는 데 있다.
연꽃 혹은 연잎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배치하는데 연꽃이 하늘을 향해 꽃이 핀 모습이랑 반대로 거구로 세운 모습이 그것이라
위로 봉긋이 피어오른 모습은 앙련仰蓮이라 하니, 글자 그대로 위를 향해 곧추 선 모습이라는 뜻이고 반대로 쳐박힌 모습은 밥상 거꾸로 뒤집어 엎었다 해서 복련伏蓮이라 한다.
이 둘을 잇대어 붙여 놓으면? 폼새 난다. 난 이 앙련 복련 조합이야말로 불교 미술 일대 특징이라 본다.
그 위쪽 상륜부는 相輪部라 하는데, 上이라 쓸 듯하고, 실제 上輪部라 해서 틀릴 것도 없다. 어차피 음만 통하면 되니깐.
복련을 이미 설명했고, 그 바로 위 앙화는 仰花라, 연꽃이 위로 핀 모습이라 앙련을 말한다.
보륜寶輪 보개寶蓋 보주寶珠라는 말 혹은 부재가 보이는데 이것들은 불교 문헌에 일찍부터 등장한다.
다만 저 양식들은 완전히 동아시아화한 그것들이라, 신선도교랑 완전 짬뽕이다.
뭐 또 불교미술 건축에서는 아니라 바락바락 우길 테지만 말이다.
저 세 세트는 다마박이라 생각하면 쉽다. 보륜? 보배로운 수레바퀴? 그래 수레바퀴건 뭐건 실제는 나사다. 찡구기 위한 나사!
보개? 말이 좋아 보개지 지붕이다. 옥개屋蓋랑 같지 뭐야?
보주가 다마다. 저거 보면 참 부처님 다마 좋아하셔.
한데 저 다마말이다. 딱 그거잖아?
하늘을 향해 곧추 선 그것!
또 아니라 바락바락 우길 텐데 맞다.
남근이다.
왜 뻔한 걸 자꾸 아니라 한단 말인가?
부처님을 일러 대웅大雄이라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세상 모든 남자 중에 가장 크신 물건을 갖춘 분이라 해서다. 이것도 아니라 할 텨?
내가 볼 땐 너무 단순하고 너무 직설적이라 맘에 드는데 저걸 공부한단 놈들이 늘여놓는 말은 가관이라
저 뻔한 얘기조차 왜 안 하냐 물으면 또 다 안다 하거나
혹자 가뭄 콩나듯 설마? 하는데
알긴 무슨 개뿔을 알아?
말하지 못하는 앎이란 무식과 등가한다.
근자 화엄사 석등을 해체 수리하고선 새로 공가서 원래 자리에 세웠다 하기에 객설 늘여놔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