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언제 캔단 말인가?
유난히 긴 이번 연휴 거의 내내 김천에 머물며 빈둥빈둥하다 그래도 노모 노동을 차마 눈 뜨고 볼 수는 없어 그나마 거든다 나선 일이 고구마 캐기였다.
이제 구순을 바라보며 해가 갈수록 거둥이 불편해지는 엄마가 그래도 자식 손주 먹이겠다 굳이 그 힘든 고구마 농사를 여전히 매년 집 인근 남의 밭뙤기를 조금 빌려 짓는데
저런 뇐네들한테 저런 고구마 농사는 힘에 부치기가 만평 평야 농사라 매한가지라
문제는 나 같은 자식놈이라 이제 그만 농사 지으시라 해도 도통 듣질 않으시니 어찌하겠는가?
말이야 쉬엄쉬엄 운동삼아 한두 줄 심으라 하지만 노모 욕심이 어디 그런가?
작은 밭뙤기지만, 또 내가 아무리 저런 농사일에는 어린시절 이골이 났다지만 이미 호미 괭이 놓은지 선캄브리아 후기라 저런 육체노동은 이젠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
나도 이제 코앞이 환갑이라지만 그건 한가로운 핑계일뿐 이골이 나지 않아 결국 이리 됐을 뿐이니
각설하고 계우 노모 거든다 나댄 일이 고구마 캐기 전단계인 그 순 잘라 걷어내기라 그 무성한 순을 잘라야 고구마를 캐지 않겠는가?
고구마 수확은 크게 순 자르기, 캐기, 그리고 나르기로 삼분하겠거니와 그 각각이 고되기는 마찬가지라
내가 저 연휴에 한 일이라곤 코딱지만한 텃밭 고구마 순 자르기였으니 그마져도 절반만 하다 넉다운하고 말았으니 핑계하자면 날씨 때문이었다.
김천에서 엿새인가 이레를 있었는데 그 내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리 비가 내렸다.
순은 그 빗줄기가 잠시 그친 틈을 이용해 했으니 나머지는 날씨 사정 보아가며 마져 하고 또 날이 풀리면 캔다는 복안이었다.
고구마는 쉬 썩어 그 보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는 날을 잘 골라야 하는데 물기가 없어야 오래간다.
물기가 있으면 쉬 썩어버리거나 새 싹이 나버린다. 썩은 고구마는 옛날엔 돼지를 주었으나 요샌 돼지를 키우지 않으니 처치 곤란이요 새 순이 돋은 고구마는ㅇ섬유질이 많아져 맛탱이가 가서 버려야 한다.
서울로 복귀해 이제나저제나 날이 개기만 기다리는데 계속 비다.
이런 상태로는 순을 자른 고구마가 새 순이 돋을 가능성이 크다.
여차하면 튀어내려가 캘 생각이나 하늘이 돕지 않으니 돌아버릴 일이다.
단풍 물들이고 송기 능이 키우는 비가 고마울지 모르나 고구마엔 쥐약인 기상조건이다.
낼은 날이 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