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늙어보니 다 부질 없는 한적漢籍들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8. 29. 15:07
반응형



신동훈 선생과 내가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나이들어감과 그에 따른 원전 대면의 피로감이 주는 넋두리를 하거니와 원전은 말할 것도 없고 번역본 또한 한계를 뛰어넘는 분량은 정독은커녕 숙독은 원천에서 불가능하니 

번역이 개입하지 아니하는 원전과의 대면은 그렇지 아니한 텍스트에 견주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훨씬 큰 까닭이다. 

한문 원전, 나 역시 제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평을 붙잡거니와, 그렇다 해서 어찌 이쪽 전업하는 사람들에 견주어 능수능란하겠는가?

억지로 끼워맞춰 읽을 뿐이며, 그런 이해가 어찌 백퍼 안전성을 담보하겠는가?

우리가 보는 한문원전 중에서 보통은 그 분량에 질겁하지만 실은 가장 쉬 읽히는 텍스트가 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 말이다. 

이게 왜 그런가 하면 첫째 현대에 가까운 시대고, 둘째 그 시대 배경 지식이 상식화한 것이 너무 많고, 셋째 무엇보다 그 한문이 콩글리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 실록은 술술 읽힌다. 

다음으로 지리지 종류라, 이것도 생각보다 쉬 읽힌다. 그 지리 배경을 알고 있다면 더 쉬 읽힌다. 

물론 그 최고 금자탑이라 할 만한 승람의 경우, 시가 워낙 많아 이 부분은 골치아프긴 하나, 그것 빼고 본문만 읽어내려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사서류 중에서는 본기가 가장 쉬 읽힌다. 재위 몇 년째 무슨 일이 있었다 하는 내용이 어려워봐야 얼마나 어렵겠는가?

더 중요한 점은 그래도 그 번역본과 원전은 소모하는 에너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번역본은 그냥 술술 넘어가지만 아무리 쉬 읽히는 실록이라 해도 한문 원전과 대면한다는 그 자체가 위선 단 한 순간도 정신을 놓지 못하게 한다. 

번역의 개입이 없는 원전과의 직접 대면은 그래서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에너지는 젊은 시절 다 소비하고 난 마당에 환갑이 넘어서도 원전과 싸운다? 

그건 낭비다. 그래서 번역이 있어야 한다. 

그 번역에서 이상한 점은 반드시 원문을 대조해 확인하고 해야하지만, 그래도 번역이 있는 판본과 없는 텍스트는 천양지차가 나기 마련이다. 

지금 내 서재에는 한가롭게 지금 나이쯤에는 숙독 정독해 보겠다고 젊은시절 사다 쟁여놓은 한문 원전 텍스트가 수두룩하다. 

늙어보니 다 부질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