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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급23

양반의 일상 양반의 삶은 우리가 드라마로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다채로웠다. 죽을 듯이 공부만 하는 양반도 있었고, 신분은 양반이지만 일자무식 수준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오늘날 보통의 우리처럼 적당히 정의롭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다. 사서삼경을 열심히 공부해서 입신출세를 노리기도 하고, 의학, 농업, 수학 따위의 실용적인 것도 적당히 배워야 했고, 절을 찾아 다니며 승려들과 즐기기도 했으며, 노장의 서적을 읽으며 도인들과도 어울리기도 하였다. 추담 김우급이라는 인물은 불과 20여 년에 걸쳐 쓴 4천여 수를 남겼으나 조선시대에 문집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초에야 발간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문집을 발간하려면 일정 기준에서 산삭해야 했지만, 그러기 어려웠다. 그의 시에는 양반이면 그.. 2020. 11. 26.
누구나 죽기는 싫다 죽기 싫은 건 동서고금, 남녀노소가 혼연일체. 〈‘사’ 자를 가지고 우스개로 짓다得死字戲題]〉 이 죽을 사라는 글자 달갑지 않아 不喜此死字 인간이 반드시 지닐 것은 아니네 人間莫須存 풍군이 새로이 팔괘 그어 만들었고* 風君初作畫 수제는 일찍이 불태우지 아니했네* 水帝曾未焚 귀천 가림 없이 모두 땅에 묻히고 貴賤同歸土 현우 따짐 없이 함께 문*에 든다네 賢愚共一門 삭제할 것은 삭제한 사람 없었으니* 無人削則削 천년 세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지 千載敎兒孫 김우급(金友伋, 1574~1643) *** *풍군(風君)이……만들었고 : 풍군은 복희씨(伏羲氏)를 이른다. 그의 성이 풍(風)이므로 풍군이라고 한 것이다. 복희씨가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그림을 보고 팔괘(八卦)를 그어서 처음으로 《주역》을 만들.. 2020. 11. 25.
영조가 먹지 말라 한 해홍나물[해홍채海紅菜] 영조 38년(1762) 7월 14일에 남양 어사南陽御史 강필리가 백성이 먹는 해홍채를 바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런 것을 먹고 산다니 매우 측은하다.” 하고, 봉封하여 정원에 두라고 명하였다. (《英祖實錄 38年 7月 14日 甲戌》) 먹어보지 못해 맛은 모르겠다. 김우급金友伋(1574~1643)이라는 사람한테는 이를 읊은 다음 시가 있다. 해홍海紅 늘그막에 입맛 잃고 수시로 피곤하여 殘年失味任疲癃 빈속에 아침이 되면 해홍채를 먹는다 枵腹朝來喫海紅 장한도 응당 이 나물 맛보지 못하고 張翰未應嘗此物 순채만 먹으며 강동을 생각했으리라 * 只因蓴菜憶江東 *장한張翰도……생각했으리라 : 진晉 나라 장한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벼슬을 하다가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오중吳中의 순챗국과 농어회가 생.. 2020. 11. 23.
김우급金友伋(1574~1643)이 만난 송광사의 중국 승려 [외국인 승려] 조선 후기 송광사에도 중국인 승려가 있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적지 않게 있었던 듯하다. 〈중국인 승려를 만나다[逢上國僧]〉 아득히 멀리서 한없이 눈물 흘리며 天涯無限淚 고국 땅 생각에 시만 읊고 있구나 懷土只吟哦 탁발하여 주머니 어떻게 채우려오 乞米囊何滿 심정 말해도 우리말 더욱 서투른데 言情舌更訛 처량하게 물려받은 석장과 바리때로 凉凉舊杖鉢 막막하게 이역 산하를 떠돌고 있네 漠漠異山河 절간 찾아가 머물러 잘 수 있겠지만 尋寺知依宿 들리는 풍경소리 어떻다고 하겠는가 其如聽磬何 김우급(金友伋, 1574~1643) 2020. 11. 23.
김우급金友伋(1574~1643) 필암서원에서 저녁에 읊다[筆院暮吟] 필암서원에서 저녁에 읊다[筆院暮吟] 저 멀리 숲에는 어슴푸레 이내 앉았고 遠樹微茫生暮烟 푸른 모래톱 흰 자갈 사이 긴 물줄기 青沙白石間長川 내 봄 시름 노래를 들어줄 사람 없어 無人聽此春愁曲 홀로 숲에서 서산에 걸린 해를 보노라 獨倚林間看日懸 김우급(金友伋, 1574~1643) 여기서 말한 필암서원은 장성읍 기산리에 있었던 것을 이른다. 장성문향고등학교가 최초의 필암서원이 있었던 곳이다. 필암서원은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에 세워졌다가 1Km 북서쪽 황룡면 필암리 증산(甑山) 아래로 옮겼다가, 필암리 추산(秋山) 아래 중등촌(重登村: 현 중동)으로 또 옮겼으며, 마지막으로 오늘날 위치인 해타리[海村]로 옮겼다. 2020. 11. 21.
김우급金友伋 가을날 즉흥시 즉흥시[即事] 갈댓잎 을씨년스럽고 단풍잎 졌거니 蘆葦蕭蕭楓葉衰 올해 가을날 다시 처량하고 슬프구나 一年秋氣又凄其 한없이 자욱한 물안개 저녁해 지는데 烟波十里斜陽盡 백사장 거닐며 읊자니 사무치는 생각 沙上行吟有所思 김우급(金友伋, 1574~1643) 《추답집》 권5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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